‘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지구라는 별을 잠시 거쳐 가는 여행객일 뿐이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실감한 건 몇 번의 해외 일정과 레지던시를 겪으면서다.

짐을 꾸리고 푸는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과 뭔지 모를 불안은 위의 문구를 떠오르게 했고 2014년 국가적 재난 속 드러난 체계의 불능 혹은 무능도 기억나게 했다. 인간은 그저 삶이라는 배에 잠시 머무르는 탑승객이란 결론에 다다른 게 무리는 아니다.

조각가 김성수가 지난 19일부터 7월 1일까지 개인전 ‘탑승자들-The Passengers’를 열고 있다.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 기획초대전 ‘플랫폼-2017’ 여섯 번째.

작가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동화 속 주인공들과 장난감, 공포증으로 다가갈 수 없어 더욱 다가가고 팠던 동물들,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긴 놀이공원을 정교하면서도 신비롭게 구현해왔다. 소품부터 2m를 훌쩍 넘는 대작, 회전까지 크기와 구조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현대인의 유목민적 성향에 주목한다. 드로잉 14점, 입체 10점(소품 8점,대형 2점)으로 드로잉이 더 많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뗏목 위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뗏목이란 시스템은 일련의 상황들이 보여주듯 완전하지 않으며, 그것의 불능은 생명과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보험이란 구명조끼 하나 걸친 현대인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의지를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수채용지에 펜으로 섬세하게 그린 평면작에는 일련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하다.

불안정의 연속이지만 매순간 밝은 미소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작품 속 문구처럼 ‘평화(Peace)’와 ‘승리(Win)’를 간절히 바라게 한다.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조소전공)을 수료했으며 9번의 개인전을 가졌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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