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시간 버스승강장은 너무 어두워요. 혼자 있을 땐 무섭기도 합니다”
경기도에 살다가 전주로 이사 온 지 2년이 됐다는 한모씨가 전주시청 홈페이지에 ‘버스정류장에 빛을...’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민원이다.
밤 시간 버스정류장에 불이 켜지지 않은 곳이 많아 ‘무섭다’고 표현한 한씨는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상관없겠지만 대중교통 이용자는 정류장이며 거리까지 어둡다면 위험에 노출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씨의 사례와 같이 전주시의 많은 버스승강장이 충분치 못한 예산 등의 문제로 허술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1개소의 버스승강장 개선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전주시는 오목대와 경기전 주변에 위치한 ‘오목대·한옥마을 승강장’을 전주의 역사와 예술이 가미된 승강장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총 예산 2억3000만원을 투입해 완공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 승강장은 태조 이성계와 관련한 역사와 설화를 모티브로 삼고, 꽃창살 문양이 승강장 패널로 사용됐다.
또한, 꽃창살 사이에는 태조어진봉안행렬도가 새겨졌고, 천장부분에는 ‘오목대’ 등에 대한 설명을 영문으로 표기했다.
아울러 시는 한옥마을을 찾는 개별·단체 관람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돌출형 버스베이를 만들고, 택시베이 공간도 확보하는 등 시내버스와 셔틀버스, 택시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의 승강장 조성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이 승강장에는 1대 당 218만원에 달하는 탄소발열의자가 4대(총 850만원 상당)나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문화 홍보도 중요하지만 줄곧 지적돼 온 시민 불편 해소가 우선 아니냐는 비판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주시내에는 총 1090개의 버스 승강장이 있는데, 이중 유계승강장(지붕 등이 있는 승강장)은 69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392개 승강장은 시민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이 중 183개소는 지주형(일명 폴대 안내판), 209개는 버스 승하차만 이뤄지는 ‘노상승강장’이다.
더 나아가 698개 유계승강장 중 LED 등 조명이 설치된 곳은 지난해 말까지 172개에 불과하고, 올해 10개가 추가로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는 예산부족과 버스이용객 부족 등을 이유로 점진적 개선 추진을 해 왔는데, 일부에서는 고액의 예산을 이런 부분부터 사용하는 게 올바르지 않는냐는 지적을 제기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승강장 설치는 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주변 시내버스 승강장이 조선왕조의 건국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일부의 지적은 계속 추진사업으로 점차 개선해 나가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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