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몬이란 고대 시리아에서 기원한 말로 부와 재물의 신을 가리킨다. 맘모니즘은 그래서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성서에도 맘몬이란 재물의 신으로 등장한다. 우주에 있는 어떤 타락한 영적 존재라고 보면 된다. 예수는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맘몬 신에게 빠지면 신앙이 부패하고 타락하게 된다며 경계한다.

맘모니즘은 우리 속담에도 자주 얼굴을 들이민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든가 돈만 있으면 지옥문도 열 수 있다는 등의 말이 그것이다.

맘모니즘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잘못된 가치관인데 이는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들고 정신적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 주범이다. 이것이 더 발전하면 돈은 하나의 신이 된다. 종교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돈으로 우정도 효도도 사랑도 학력도 그리고 명예도 살 수 있다.

이렇게 물질만능, 황금만능의 세상이 오면 그 해악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정신적 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하게 마련이다.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천박한 상업주의가 판을 치면 고귀한 윤리 도덕적인 가치관은 멍이 든다. 흔히 이야기 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돈을 둘러싼 범죄들이 들끓는다. 또 자연이나 사회 공동체가 파괴되고 인간의 존엄성은 돈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관련된 이화여대 학사비리의 주범들이 모두 유죄를 받았다. 이화여대 전 총장 등 총 9명은 정유라의 입학에서부터 학점 부여까지 과정에서 특혜를 주고 받은 혐의를 인정받아 형을 선고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14년 정유라가 SNS에 남긴 말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한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황금만능주의의 표현이다. 가장 엄격해야 할 대학의 학사관리마저 돈에 휘둘리는 세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원칙적으로 돈은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거꾸로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은 돈을 숭배한다. 정유라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절망감, 허탈감을 안기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회가 썩어간다면 그 끝은 어디일지 두렵기까지 하다. 사람이 있고 돈이 있는 것이지 돈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험한 세상을 어찌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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