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세계에서 가장 빨리 팔린 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해리 포터의 시작은 힘겨웠다. 작가 조앤 롤링은 당시 싱글맘에 일정한 직업도 없이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 사는 처지였다. 어릴 적부터 꿈 많고 공상을 좋아했던 그녀는 기차 안에서 불현듯 이야기의 얼개가 떠올랐다. 이 착상을 글로 옮기는 일은 카페에서 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것이었다. 책이 완성된 후도 순탄치 못했다. 무려 30곳이 넘는 출판사들이 출판을 거절했다. 천신만고 끝에 조앤 롤링은 단돈 4000달러에 블룸스베리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현재 해리 포터는 79개의 언어로 번역돼 4억5000만 여부가 팔려나갔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8조 7000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해리 포터 산업’이라고 부를 정도로 부대 수입도 올렸다. 영화와 연극은 물론 테마 파크가 만들어지고 여행상품도 개발됐다. 그런가 하면 마법 지팡이 등 관련 소품들이 상품화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한 마디로 이야기의 힘이다. 해리포터는 기본적으로 선악 대립을 골격으로 하면서 서스펜스 등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경을 현대 런던으로 하는 등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감을 갖는 것도 장점이다. 해리 포터라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도 작품의 성공에 기여했다.

물론 마케팅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입소문 마케팅이 큰 효과를 냈다. 출판사들도 첨단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해 독자들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 시장 석권을 뜻했다.

지난 6월26일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권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선을 보인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1000권이 서점에 풀렸다. 지금과 같은 대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날을 맞아 영국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관련 여행상품들이 봇물을 이뤘고 전시회도 여러 곳에서 열렸다. 블룸즈베리 출판사는 4가지 색상을 입한 특별판을 발간하는가 하면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는 시리즈 영화에 등장했던 영화음악 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의 성세는 이야기의 힘을 웅변한다.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해리 포터에 홀린 20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동화는 지구촌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야말로 최고의 돈벌이 수단이 된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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