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일본에서는 쿨 비즈니스 캠페인이라는 것이 벌어졌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름에 시원한 옷을 입자는 운동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게 첫 번째 실천지침이었다. 넥타이를 풀면 섭씨 2도 내외의 온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 해 여름 일본 넥타이 판매업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그 해 겨울에까지 이어져 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넥타이는 흔히 남자 미학의 원점이라고들 한다. 남자의 개성과 사회 경제적 능력, 매력 등이 총 집결하는 패션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남자들의 제한된 옷차림에서 넥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한 마디로 넥타이로 자신을 말한다고 보아 무리가 없다. 사람들은 남자에 대한 온갖 정보를 그가 매고 있는 넥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넥타이의 역사는 멀리 로마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 귀족들은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목에 천을 둘렀다. 또 군인들도 양모 목도리인 포컬을 목에 감았다. 이런 게 시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직접적인 기원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 크로아티아 기병들이 목에 감던 선명한 빛깔의 천이다. 이를 크라바티라고 불렀다. 이것이 루이 14세의 눈에 들어 친위대에 전해졌고 다시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늘날 넥타이는 19세기 영국을 원조로 삼는다. 당시 영국 신사들은 넥타이 매는 법을 고안했고 시대 변화와 더불어 점차 띠 모양을 띠게 됐다.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넥타이와 관련해 “넥타이와 의상과의 관계는 송로버섯과 만찬과의 관계와 같다”고 했다. 비록 세부장식이기는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며 세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외모를 완성한다는 뜻에서다.

최근 신사의 나라 영국 의회에서 넥타이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의 존 버커우 의장은 “의원들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옷차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넥타이를 매는 게 필수는 아니다”며 노타이를 허용했다. 그 전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의회 내에서 강력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의회뿐만 아니라 사무실 근무자들도 넥타이를 매고 근무하는 사람이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뚜렷한 퇴조현상을 보이는 형편이다.

넥타이의 퇴조에 대해 권위와 격식 대신 실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노타이 패션의 원조다. IT업계의 CEO들은 노타이를 고집한다. 그래서 노타이는 도전과 기회 그리고 창의성의 상징이 됐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 바람이 불어 닥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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