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팬티 한 장 사줄 돈이 없어 어른 팬티를 입혀 학교 보냅니다. 도와주세요.”

3일 김제시 청하면 간판조차 없는 낡은 오토바이 수리점은 햇볕조차 제대로 들지 않아 쾨쾨한 냄새가 가득하다.

허름한 업소에는 오토바이 수리공인 최영일(가명·48)씨만이 거리에서 주워온 전선을 고무와 구리선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7~8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세월이 흘러 주된 손님이었던 어르신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게 됐다.

요즘 같은 날에는 하루 타이어 한 짝을 갈기도 힘든 상황이 돼버렸고 드문드문 찾는 손님들로 한 달 수입은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에도 최씨는 당뇨병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와 심리적 불안 증세가 심한 첫째 아들, 지적장애 3급인 막내아들까지 부양하기 위해 구리선과 고철까지 줍고 다닌다.

하지만 매달 30만원 남짓 수입만으론 4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또 최근 장맛비에 빗물이 방 안까지 들어와 고인 상태다. 이에 최씨는 오랜 시간 빗물을 퍼내며 밤을 지새워야 했다.

최씨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삶이 팍팍해 걱정이다. 당장 먹고 살 생계가 막막해 아이들 팬티 한 장 사줄 돈이 없어 어른 팬티를 입혀 학교에 보낼 때가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는 봉사원을 통해 최씨 가정의 딱한 사정을 접해 두산 후원 ‘희망나눔 프로젝트 긴급지원’ 대상자로 선정, 생계비를 지원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기로 했다.

최씨는 “적십자 도움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손재주가 좋은 아이들이 새 책상에서 열심히 공부해 커서 멋진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며 우애 좋게 사는 것 그 뿐이다”고 희망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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