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산 위, 비오기 전후 풍경이 따로 또 같이 펼쳐진다. 비를 계기로 찝찝함에서 개운함으로 달라진 감정과 화면은 자연현상에 따른 인간의 심리를 넘어 선한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 기획초대전 ‘플랫폼-2017’ 일곱 번째 주인공인 탁영환 작가가 우산 속 미디어 파사드로 돌아왔다.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디어아티스트가 2년 만에 여는 아홉 번째 개인전은 새로운 도전으로 넘쳐난다.

미디어 파사드의 경우 실외에서 건물외벽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실내 전시장에서 시도한다. “대부분 밖에서 선보이지만 고액이 들다보니 쉬이 볼 수 없는 게 사실이에요. 일반인들이 좀 더 자주, 편하게 미디어 파사드를 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갤러리에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데 그치지 않았다. 벽이 아닌 사물을 배경 삼았다. 지우산이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무형문화재 우산장인 윤규상 명인의 지름 2m가량의 부채 2개를 비롯, 5개를 활용했다.

“윤 선생님 댁과 우연히 인연이 닿았고 우산을 보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제 작품 결과 맞았고 다른 장르 및 사물과 협업할 때도 됐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개막식을 찾으신 윤 선생님도 유심히 바라보시던데 그분의 작품세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음 합니다.”

부채 3개를 중심으로 잇따르는 5분여의 영상은 비에서 시작됐다. 비가 내리기 전 우중충함과 답답함이 비 온 뒤 상쾌함으로 변하는 과정이 대조를 이루는 색감과 사슴, 배, 비를 피하는 사람들 등 상징물로 보일 듯 말 듯 펼쳐진다.

단 비는 없다. 빗소리나 비가 오는 장면도 없다. “있는 그대로를 써서 만드는 건 예술이 아니죠. 재미도 없고요. 세제를 풀었을 때 세제와 물이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장면 같은 의외의 현장에서 얻은 걸 해체, 재구축, 압축하는 거죠. 먹도 즐겨씁니다.”

지난해 말 작업해서일까. 정권교체 전후 국민의 모습과 묘하게 맞닿는다. 돛단배는 국정농단과 함께 수시로 거론됐던 세월호를 떠오르게 하고 작가가 볼 때 가장 선한 동물이라는 사슴은 작지만 뚜렷한 모양새로 시선을 끈다. 선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그의 바람은 아련하지만 선명하게 스며드는 중이다.

전시는 15일까지./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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