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소득재분배 효과다. 시장 기능에 소득 분배를 맡기면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그것이다. 정부는 따라서 조세정책을 통해 불평등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누진세율 적용이 대표적 수단이다. 부자에게는 무겁게 세금을 물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부자의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누진과세는 보통 직접세 특히 소득세에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것이 과세 기술 상 편리하고 조세원칙인 능력의 원칙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자들의 불만이 나오게 돼 있다. 부자들은 자신들이 벌어들인 돈이 세금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데 대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조세 저항이 심하다.

그래서 어떤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을 쓴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명분이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미국 레이건 행정부나 영국 대처 정부, 우리나라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예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 귀재 워렌 버핏은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이다. 그는 “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는 직원과 청소부들의 세율이 나보다 높다”며 자신에게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백만장자 138명은 “우리의 세금을 올리라”는 내용의 서한을 갖고 의회를 찾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는 합당한 몫을 당당하게 하고 싶다. 우리에 대한 감세는 정부 재정 적자와 부채 부담을 높일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 증세, 서민 감세’를 공식화 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최근 “새 정부 조세 개혁 방안은 그간 부자 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 하는 등 조세 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 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중산 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부자 증세는 가장 민감한 사안의 하나다. 반대 이유로 조세 저항에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부자 증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는 물론 복지 투자 확대, 형평성 제고 등 효과가 커 매력적 정책 수단이 된다. 새 정부의 부자 증세 정책은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대승적 시각에서 이에 호응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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