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성 작가 작품
유용상 작가 작품
박찬국 작가 작품

현대미술은 어려울까. 의외로 단순하다.

빛깔과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특유의 세계관과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 면에서 궤를 같이 하는 현대미술작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7일부터 8월 20일까지 본관에서 여는 ‘의외로 심플한 현대미술’전은 대중에게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에 대해 편견을 내려놓고 한 걸음 다가서길 권한다.

미술의 경우 사회적, 역사적 요인과 맥을 같이 해 세상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 현대미술이 사조를 구분 짓기 어려울 만큼 불분명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나 달리 생각하면 다채롭고 풍성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착안한 전시는 특정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을 음미할 때 쉽고 재미있는 현대미술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20대~40대 작가 15명의 84점을 소개한다.

참여작가는 문 민 박찬국 서완호 유용상 임희성 차건우 최원석(전북 7명), 김재각 노재림 박성란 배수영 서웅주 윤민섭 정지필 최태훈이다. 청년답게 세련되고 유쾌하며 재기발랄한 대표작을 선보인다.

김재각 작가는 어린 시절 봤던 구름을 자기화한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철망으로 시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경험만큼 보이는 신비로운 형상이다. 노재림 작가의 동전은 부패와 경제 권력의 상징이고 유리병은 투명성이다. 동전 속 동물을 그려 넣은 건 돈보다 희망과 치유가 중요해지는 세상을 꿈꿔서다.

박찬국 작가는 캔버스 위 먹으로 궤적을 남긴다. 계속해서 충돌하고 움직이는 원형을 통해 모든 사물의 불완전함과 이로 인한 우연성을 말하는 중이다. 배수영은 버려진 폐기물들에 호흡을 불어넣는다. 가치는 부여하기 나름임을 말하고 과정 속 발생하는 인연의 모습을 붙든다.

유용상 작가는 현대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통찰한다. 일회용 종이컵과 여성, 립스틱 자국이 어우러지는 감각적이고 오묘한 순간을 연출, 현대인들의 일회성 사랑과 순간적 욕망에 담긴 영원성을 끄집어낸다.

임희성 작가는 비닐에 흔적을 남기고 6~10번 겹쳐 산수화를 완성한다. 전통 산수화의 멋이 고스란한 동시에 입체감이 깃드는 등 새로움도 더한다. 정지필 작가는 생활을 위해 사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아름다운 것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주머니 속 동전을 아름답게 찍는다.

최원석 작가는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던 마지막 육지 거북이로 현재 멸종한 종의 삶을 깊이 공감한다. 관계된 모든 것이 사라진 상황에서 수명마저 길었던 그의 고단하고 외로운 생이 조형물 곳곳에 묻어난다.

이문수 학예연구팀장은 “현대미술의 동력은 다양성에 있다. 현 시대는 불확정성과 모호함으로 치장된 시대이므로 탈 맥락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미술은 요구들을 수용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편견이나 상식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의외로 심플하다”면서 “작가들의 진한 채취를 담고 있는 독창적인 작업들을 통해 세상을 둘러싼 해석, 꿈, 욕망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은 7일 오후 4시./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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