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서사물에서 캐릭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프로타고니스트는 주동인물 쉽게 말하면 주인공이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영웅 캐릭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반면 주인공의 앞길을 막고 나서는 반동인물을 안타고니스트라고 부른다. 안타고니스트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주인공보다 크게 열등한 것은 아니어서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주도한다.

세 번째 흔히 주조연이라고 부르는 캐릭터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제3의 인물이다. 연약하고 상처 받기 쉬우며 안타고니스트의 먹잇감이 되는 게 상례다.

이 세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이끌고 나가는 핵심적 인물들이다.

꽤 오래 전에 인기를 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해 화제였다. 여기서 여주인공 즉 프로타고니스트 김삼순은 평범한 외모에 적극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세상을 살아간다. 외모야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러나 색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남성성에 가까운 여성으로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독립적이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과거 드라마에서 여성상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아직도 유교 도덕이 이어져 내려오는 사회인지라 여성은 착하고 순진하고 예쁜 게 보편적이었다.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은 대개 청순가련형이기 마련이고 순종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김삼순에서 보듯 강인한 이미지의 여주인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그런 드라마가 세를 떨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남자 신분에 기대 신분상승을 꾀하는 신데렐라 유형이나 남자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민폐 여주인공 대신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가 자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보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고 해서 ‘사이다 여주’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요즘 방영 중인 ‘수상한 파트너’, ‘쌈 마이웨이’, ‘파수꾼’ 등이 이런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주목을 끌고 있다.

당대의 드라마는 당대의 여성성을 재현한다고들 말한다. 드라마가 사회의 거울로서 현실을 잘 비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한 여주인공들이 드라마 속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은 그래서 사회의 변화를 웅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웅 캐릭터는 과거 남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여성들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여성들이 남성들을 압도하는 게 드라마 속 현실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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