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쇠고기의 국내 시장 잠식이 점차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얼리지 않은 냉장쇠고기의 수입량까지 급증하면서 한우 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5월 사이 수입된 냉장쇠고기는 3만406톤으로 전년동기 2만3,329톤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수입자유화 이전인 2000년 5,970톤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더욱이 수입 쇠고기 중 냉장쇠고기 비중이 2000년 2.5%에서 올 1~5월 사이 22.7%로 높아지면서 한우 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우 가격이 비싼 만큼 소비자들이 저렴한 수입산 냉장쇠고기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격 차이가 큰 수입산 냉장쇠고기를 선택하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한 번 수입냉장육을 선택했던 고객은 저렴한 가격과 비슷한 맛에 수입산을 지속적으로 찾게 되고, 점차 한우산업에는 위기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우고기와 수입 쇠고기 시장 차별화에 대한 실증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냉장육을 찾는 이유가 가격에 있고, 이는 냉동육을 고를 때보다 3배 가까이 고려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6월 30일 한우갈비 100g(1등급)의 소매가격은 5,333원인데 비해 수입 냉장갈비 호주산은 2,189원, 미국산은 1,889원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패밀리레스토랑, 수입 쇠고기 전문 체인점 등이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소비자들의 냉장 쇠고기 선택 비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는 다시 냉장 쇠고기 수입 증가를 불러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이미 2016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의향은 35.5%로 전년보다 7.7%포인트, 호주산은 같은 기간 45.9%에서 47.8%로 1.9%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우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우농가들의 발빠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번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우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 변화에 맞게 등급제를 조정하고,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소포장 상품 개발 등 시급한 대책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울러 농가도 한우 저지방육을 생산해 소비문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 쇠고기의 국내 식탁 점령을 적절히 막고 한우 산업을 키워낼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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