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설적인 아르헨티나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이다. 그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당시 대령이던 후안 페론을 만나 결혼한다. 나중에 후안 페론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는 에바 페론의 역할이 컸다. 아름다운 외모와 유창한 언변을 가진 에바 페론은 자신의 남편을 내조하는 것을 떠나 전면에 섰다. 여성과 노동자, 빈민을 위한 급진적 정책을 써서 대중적인 인기 몰이를 했다.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에바 페론은 그래서 국민적 영웅이 됐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들은 크게 보아 국가 경제를 망가뜨렸다. 노동자들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외국 자본을 추방하는 한편 기간산업을 국유화 하는 정책들은 결국 국가재정을 궁핍하게 만들었고 이내 경제침체를 불렀다. 이는 포퓰리즘의 전형이었다. 대중영합주의로 번역되는 포퓰리즘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포퓰리즘 지도자는 많았다. 멀리 고대 로마시대 루시우스 카틸리나라는 사람은 집정관이 되기 위해 모든 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키케로 등의 반대로 실패하긴 했지만 그의 공약이 큰 호응을 부른 건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도 중국의 마오쩌둥,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일본 고이즈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등이 그 대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포률리즘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국민의 뜻에 맞추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견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다만 정치적 의도를 깔고 무분별하게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포퓰리즘은 민주주의가 극복해야 할 숙명적 과제다.
  새로 나온 책 ‘거대한 후퇴’에서 저자들이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의 득세를 퇴행으로 규정하고 이는 민주주의 약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이 모두 정치적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와 타자를 구분함으로써 세계화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또 포용과 관용, 자유, 평등과 같은 민주주의 이념들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잘못되면 포퓰리즘으로 흐른다. 특히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포퓰리스트 지도자 출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를 막는 것은 역시 시민의 힘이다. 시민 개개인이 항상 깨어 있으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들을 걸러내야 한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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