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이 올해 첫 선을 보인 ‘무대공연작품 페스티벌’과 관련, 누구를 위한 페스티벌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체 자율성과 전주 외 도민들의 문화예술향유기회를 가로막는가 하면 공연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운영과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예견된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다. 현실과 동 떨어진 기획과 미흡한 사전준비가 아쉽다는 분석이다.

‘2017 전라북도 무대공연작품 페스티벌’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재단이 주관하는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중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을 도내 곳곳에서 각자 올리던 전과 달리, 한데 모아 축제 형식으로 진행했다. 모두 18곳.

작품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일부는 소리 소문 없이, 성의 없게 치러지기도 했던 만큼 문제를 보완하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지역단체들이 전문극장에서 제작해보고 다른 단체들의 작업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북 공연예술을 큰 틀에서 바라보고 단체별 장단점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시행 전 불거졌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단체 자율성과 문화예술소외지역의 대한 배려는 페스티벌 형식으로 실현되지 못했으며. 고른 완성도와 단일행사로서의 일관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과물의 경우 각 역량이나 원작의 유무, 해당작의 상연회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으나 앞서 짚어야 할 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간과 장소를 한정해 공연장 3곳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10일 중 9일 간 쓰인 명인홀은 하루에 세팅부터, 상연, 철거까지 소화해야 했고 소리전당 무대 인력은 수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객원이 대부분인 단체 특성상 배우와 제작진이 겹치는 상황이 벌어졌고 각각 하루, 최대 2번의 상연기회가 주어졌다. 완성도와 예술성을 갖춘 공연을 완성 혹은 레퍼토리화하는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의 취지를 달성하기에 어려운 조건이다.

복수의 참가단체들은 “소리전당 조명, 음향 감독들이 모든 공연에 투입될 만큼 많지 않고 도와줘야 할 의무도 없다. 헌데 무대에 미숙하거나 관련 인력을 영입하지 못한 단체가 적지 않았다. 명인홀은 리허설 시간이 없다시피한데 연습장이랑 무대는 엄연히 다르지 않나”라며 “어떤 소리꾼들은 몇 군데 출연하다보니 목이 갔더라. 원작이 좋거나 레퍼토리거나 출연진이 화려한 경우를 제외하곤 질을 담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몇날며칠 연습해서 이렇게 한, 두 번 무대에 오르는 것도 너무 아쉽고 대표작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충 시늉만 하란 건가”라며 “이럴 거면 각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기에 여러 번 진행하는 게 사업 목적에 부합할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축제’라는 명칭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간과 일정을 뛰어넘는 통합적인 운영체계가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홍보에 대한 불만이 잇따랐으며 이는 매진부터 30여명까지 관객 수 편차로 이어졌다.

복수의 참가단체들은 “우리가 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재단에서 일정 부분 도와줄 줄 알았다. 하지만 모객은 오롯이 단체의 몫이었고 타지에서 활동하는 단체일 시 어려움은 배가 됐다. 평소 때처럼 따로 하는 거 같다”면서 “여러 가지 고충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원인으로는 실상과 거리가 먼 기획과 부족한 준비를 꼽았다. 18개 작품을 열흘 간 한 곳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과 사업에 대한 이해 및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새로운 형식을 마련함에도 홍보를 비롯한 운영 관련 예산을 따로 확보하지 않고, 단체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문화예술 관계자는 “참여할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하든가 그것도 어렵다면 재단이 처한 입장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 큰 행사를 준비하는 만큼 별도의 재원 마련도 필요했다”면서 “늘 거론됐던 나눠먹기식 분배를 비롯해 사업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먼저고, 축제를 할지 말지는 그 다음이다. 일단 다각도의 의견을 수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개선이 필요하단 생각에 고심 끝 공고했고 참여한 단체들은 제안내용에 동의한 거니 따라줘야 한다. 단체들 지원을 우선시하느라 홍보비나 운영비가 따로 없는데 주관처 역할은 해야 해서 우리로서도 힘들었다”면서 “향후 지속할지는 관계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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