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놀이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판소리명창부의 참가연령을 만 30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춘 것과 관련, 실기인들의 반대가 거세다.

판소리와 대사습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을 단 한 번의 회의로 결정한 건 올해 대통령상 박탈로 3,40대 대통령상 수상 유력자들이 불참할 것을 우려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젊은 층의 대통령상 과열현상, 판소리 하향평준화 등 혼란을 야기해 전주대사습놀이(이하 대사습)의 권위와 역사 또한 떨어뜨릴 거라 분석했다.

대사습 조직위는 10일 진행한 제2차 회의를 통해 판소리 명창부 참가자격을 만 30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여러 대회에서 연령, 학력 등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있고 그것이 헌법 정신에도 맞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기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판소리 명창 나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으나 대사습이 만 30세를 유지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고, 대폭 낮출 시 빚어질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

여러 소리꾼들은 “평생 해도 소리다운 소리를 못한다는 말도 있고 사실이기도 하다. 기량은 물론 공력과 연륜이 쌓일 때 빛을 발하는 예술이라 오히려 40세로 연령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라며 “단계 단계 밟으면서 스승님께 배운 바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얘기고 대사습은 그렇게 완성된 소리를 최고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조직위가 연령 완화를 2차 회의에서 언급되자마자 확정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가 추진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한 다른 안건들과 달리 보존회부터 조직위 1차 회의, 지난 달 이뤄진 대사습 발전방향 토론회까지 한 번도 거론한 적 없는 사안을 단번에 택했다.

전문가 집단인 그들이 판소리와 대사습의 성격에 반할 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결정한 이유가 있을 거란 추측이다. 대통령상을 받을 만한 사람은 이미 다 받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2015년 대사습 뇌물 사건으로 올해 대통령상이 주어지지 않아 대통령상을 목표로 하는 이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고 미봉책을 마련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사습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마련한 조직위가 대사습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 채 눈 가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무리는 아닐 거다. 대통령상이 복원된 후 만 18세 이상이 유지되면 문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러 소리꾼들은 “이번 결정으로 실력이 되든 안 되든 만 18세가 되자마자 대통령상을 받으려 혈안이 될 거다. 일반부보다 못한 명창부 장원이 나올 수도 있다. 스승과 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적폐는 되레 활성화될 것”이라며 “상을 받고 나면 자만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상업적인 활동도 잦을 거다.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데도 안 하게 될 거다. 판소리가 어떻게 되겠나. 이를 주도한 대사습이라고 온전할까”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모든 일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당장 벗어나고자 꼼수를 부린다면 발전할 수 없단 걸 왜 모르는가”라며 “어려워도 전통에 기반한 올곧은 소리를 지향하는 대사습의 정체성을 가져가 달라.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논의해 달라. 다른 대회야 어떻든 우리는 우리대로 갈 때 차별화될 수 있다. ‘저 대회에서 상을 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안했다.

대사습 조직위 관계자는 “규제는 완화하되 심사는 강화할 거다. 연륜이나 공력 같은 부분은 심사위원들이 심사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나이를 낮추는 게 한 번에 결정된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상이 없음을 의식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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