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마니아층을 결집시키는 등 특성화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처음 시행한 ‘전주 돔’과 영화인과의 만남을 비롯한 부대행사 미흡이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적 독립과 표현의 자유라는 방향성이 애호가부터 대중까지 고루 스며들도록,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전주만의 이벤트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12일 (사)마당이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영화에 집중하는 애호가들이 주를 이뤘다. 전주영화제 참여횟수가 많을수록 체류기간, 관람편수, 타 영화제 참여횟수가 모두 높게 나타나고 처음(1회) 찾은 관객들의 관람편수도 4편을 넘었다. 영화제 참석횟수 중 전북권이 3.4회, 서울경기권이 2.4회인 것으로 비춰볼 때 전북 애호가층 또한 모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독립과 표현의 자유가 원인으로 꼽혔다. 응답자 91.3%가 주제의식에 공감했으며 참여횟수가 많을수록 주제의식 동의 정도가 높았다. 영화제 성격과 특성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특성화 혹은 차별화에 이르진 못했다는 결과다. 타 영화제와 전주영화제의 응답자 특성별 만족도에서는 ‘특성은 있으나 더욱 발전시켜야 함’이 59.2%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노선은 정했지만 변화를 드러내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부실, 애호가에서 일반인으로 수요층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부대행사에 대한 갈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내용 만족도 점수 중 가장 낮은 점수(4.62/7점 척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영화인과의 만남 등 영화관련 이벤트 개발’이가장 높은 순위(29.9%)에 올랐다.

첫 선을 보인 전주 돔은 외형이나 분위기상 축제적 성격이 컸고 일종의 랜드마크로 기능한 반면 돔 내 상영은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주 돔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51.6%로 절반을 넘긴 반면 ‘잘 모르겠다’는 입장도 40.6%에 달했다. 특히 전북지역 관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전주 돔을 중심으로 형성된 축제 분위기에 대한 반응으로 판단된다. 전시도 긍정적 응답과 유보적 응답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새로운 관객층이 영화제에 다가서고 궁극적으로는 정체성에 가닿을 수 있는 게 부대행사인 만큼 기존 부대행사를 다듬는 한편 전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돔 안팎 운영의 체계화‧다양화, 영화인과의 만남 확대, 제3의 참신한 이벤트, 이벤트팀과 프로그램팀의 소통 등.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 특징인 한국영화 강화 및 지원과 간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취지는 좋으나 인식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복잡한 섹션과 어려운 용어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영화 강화와 관련, 영화제에 많이 참여한 관객일수록 방향성에 동의하나 성과가 부족하다 했고 국제경쟁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대표 섹션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과반수(52.1%)를 넘었다.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에서 ‘타 영화제와의 차별화’가 2번째로 높은 21.6%를 차지한 데서 알 수 있듯 영화제가 커 나가는 데 있어 변별력은 중요한 요소다. 걸맞은 프로그램(엄정한 작품선정)과 부대행사를 마련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 등 운영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