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씨어터 슈바빙(예술총감독 : 이은희) 창단 10주년 기념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지휘 : 최재영, 연출 : 조승철, 안무 : 장인숙) 공연이 지난 7월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있었다. 전주의 클래식 애호가들로 극장을 가득 채우고 맑고 기품 있는 연주로 객석을 무대에 집중시키던 이날 공연에서 출연자 모두들은 자신의 역에 대한 표현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비부인 역의 소프라노 이은희는 깊은 사연을 담는 맑고 은은한 목소리로 나비부인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단정하게 표현해내고 있었으며, 핑커톤 역의 테너 김재명은 소리에 예술적 기품이 담기는 탄탄한 연주를 했는데 일부 고음의 표현은 더 달래서 이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미국 영사 샤플레스 역을 맡은 전주를 대표하는 바리톤인 김동식은 정중하고 명쾌한 연주를 풍요롭게 이루고 있었고, 스즈키 역의 메조소프라노 권소연도 표현력 있는 연주와 연기를 했다. 특히 조역이지만 중매장이 고로역을 맡은 테너 김진우의 뛰어난 연주와 익살맞은 연기도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2막 중반에 있었던 널마루무용단의 8명의 검정 의상의 무희들이 흰 수건을 가만히 뿌리는 가운데 이루어진 ‘허밍 코러스’ 합창 연주도 객석의 숨을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 이날 장인숙의 안무와 합창 연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막이 오르고 미국 해군 중위 핑커톤이 흰 제복을 입고 이제 곧 결혼을 할 나비부인을 기다리며 청량한 연주를 이루고 있다. 이때 미국 영사 샤플레스가 일시적 충동에 의한 결혼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충고의 노래를 정중하게 이룬다. 다시 핑커톤 김재명과 샤플레스 김동식의 남자 2중창이 상쾌하게 연주된다. 그리고 다시 붉은 우산을 든 나비부인 이은희가 천사의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다. 결혼식 혼례가 무르익어 갈 때 승려이며 나비부인의 친척 아저씨인 본조(베이스 이대혁)가 나타나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제 모두가 사라지고 단 둘이 남은 신랑 핑커톤과 신부 나비부인만 남아 달콤한 사랑의 2중창 ‘저녁이 온다네’를 산뜻하게 이루고 1막의 막이 내린다.

2막은 오지 않는 핑커톤을 나비부인과 하녀 스즈키가 3년째 기다리며 시작된다. 나비부인 이은희의 그 유명한 소프라노의 아리아 ‘어느 갠 날’이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이은희가 두 팔을 가슴에 가만히 모으고 “어느 맑게 갠 날 저 푸른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한 줄기의 연기를 바라보게 될거야”라는 연주를 감동적으로 이루고 객석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드디어 멀리서 군함의 포 소리 들리고 핑커톤이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나비부인과 스즈키는 붉은 꽃을 가득 무대에 뿌리며 환희를 가득 담은 여성 2중창 ‘꽃의 2중창’을 행복하게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멀리서 들리는 뮤직씨어터 슈바빙 합창단의 아름답고 애잔한 ‘허밍 코러스’가 객석에 가만히 번져 나오고 있다.

드디어 핑커톤이 나타나는데 이제 미국의 정식 부인과 함께이다. 스즈키 권소연이 “아 암흑의 세상이구나” 하는 연주를 긴장감 있게 이루기도 하고, 핑커톤 김재명이 회환의 연주를 시원스럽게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비부인이 나타나 정원의 서양여인을 보고 “저분은 왜 오셨지요”라고 노래하는데, 스토리를 알고 보는데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 바로 이것이 잘 짜인 클래식 공연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제 모든 것을 안 나비부인이 무대 후방에 흰 소복의 여인이 죽음의 춤을 이루는 가운데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러 쓰러지고 멀리서 핑커톤이 “버터플라이”를 숨 막히게 부르며 작품에 푹 젖은 관객들의 감동의 박수 속에 막이 내린다.(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sjkd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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