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형상과의 결별은 여전하다. 색을 바르고 덧칠하고 지우고 긁어내는 과정도 비슷하다. 우발적 혹은 즉흥적 작업을 하나의 의미로 만들어가는 특기도 오롯하다. 그럼에도 극적이라 할 만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백’이다.

홍현철 작가가 15번째 개인전 ‘시선과 시각 그리고 표현’을 열고 있다.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차오름실 1/3실. 어둡고 밝은, 진한 색감들이 화폭을 가득 메우던 전과 달리 흰 공간이 많아졌고 유채색 대신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흙과 백이라 단정 지어도 좋을 만큼 단조로운 색감이 여유롭게 부유하는데 흙은 백 위에서 생명력을 보여주고, 백은 흙을 받아들이면서 선명함을 드러내는 등 조화롭고 아름답다. 채우기에 급급하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혈안이 돼 있는 오늘날 좀 비워도 된다고, 한 걸음 물러나 누군가를 높여주는 게 때론 더 값지다고 말하는 듯하다.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조선대 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예술학, 미학,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문화기획과 예술경영 및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사)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전북지회장, (사)전북 예술인 총연합회 전문위원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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