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인 1592년(선조 25년) 7월 나주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김제군수 정담이 전주로 진격하려던 왜군과 웅치(완주군 소양면 신원리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대)에서 싸운 ‘웅치 전투’. 전주를 비롯한 곡창지대를 지켰을 뿐 아니라 조선군이 최초로 이기고 전 조선군에게 이길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호남 사람들은 향토를 지키는데 그치지 않고 호남 밖까지 나섰는데 행주성대첩, 진주성대첩 같은 격전지마다 의병으로 활약했으며, 조선 8도 중 7도가 적의 수중에 있을 때 물적 자원을 담당했다.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 충무공 이순신이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를 언급한 게 무리는 아닐 거다. 호남의 중심 전북이건만 역사를 되짚는 일은 한없이 뒤쳐져 있다. 특히 웅치전투는 웅치전적비 하나로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목윤 선생이 실증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신아출판사)를 펴낸 건 그 때문. 소양면 출생인 그는 1592년 4월부터 7년간 계속된 임진왜란 속 웅치전투가 가치와 위상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나아가 도민 모두 힘을 합해 웅치전을 대첩으로 승격시키고 역사 현장을 성역화하자고 주장한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택한 형식은 ‘실증소설’이다. 사실을 기반 삼되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건데 이는 여러 해에 걸친 자료조사와 수십 번의 답사, 관계자들 취재로 가능하졌다. 임진왜란사 중 간헐적으로,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웅치전투 관련 문헌, 전적지 일원인 진안과 소양 설화 및 지명 유래들을 모았다.

없는 걸 찾고 섞인 걸 드러내며 아니라 한 것 중 옳은 걸 찾은 다음 대학생이 된 손자가 처음 맞는 여름방학, 할아버지를 찾아 웅치전투에 대해 듣는 방식을 더했다.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책은 ‘임진왜란 최초로 육상전을 승리로 이끌어 전주를 지켜낸 웅치 대 혈전을 중심으로’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웅치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상세하게 다룬다. 왜란 상황부터 웅치대전 시작 전 전황, 대접전, 관련 지명과 인물, 민족자긍 성지 구축과 활용, 보복전쟁인 정유재란의 참상까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사를 재조명하고 발전방향을 논하는 등 웅치전투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눈길을 끈다.

글쓴이는 “우리 소양과 진안 선조들은 ‘우리가 함께 싸웠고 도왔기 때문에 이겼다’는 자부심이 대단할 거다. 그래서 일대 지명들이 어느 전적지보다 많은 설화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그 분들의 자부심과 얼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건 우리들의 몫”이라며 “웅치대전이 대첩지로 우대받아야 하고 해당 고장 땅은 후손들이 역사를 되새기는 성지가 돼야 할 거다. 이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한국시>로 등단했다. 1992년 첫 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를 비롯해 시집 <지리산 연가> <영혼의 반짇고리>, 소설 <소양천아지랑이> <비둘기자리 별>을 펴냈다. 2002년 한국전쟁문학상과 전북예술상, 2008년 전북문학상, 2016년 목정문학상을 받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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