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

오피니언l승인2017.07.17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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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
  193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적 기반이 탄탄했던 판소리나 창극 등 전통음악은 40년대의 일제암흑기를 거치고 해방이후 급속도로 전파되는 미국식 대중문화에 밀려 왜소화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사회 전체가 서구화되는 정도에 반비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 속에서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던 장르는 70년대 말에 나타나 80년대 국악계를 온통 휩쓸었던 사물놀이였다. 사물놀이는 음악적 근대화로 인해 연행방식이 변모된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농업의 근대화가 추진되면서 농사짓는 방법의 변화에 따라 이미 생활적 맥락과 분리된 농악이 서구식 작품개념으로 무대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물놀이가 이미 서구적 감수성으로 동화된 일반인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전통타악기의 역동감과 폭발성이 팝과 록의 빠른 템포와 강렬한 음향에 대응할 만한 것이었고, 그 속에서 전통장단 특유의 리듬적 흥겨움과 신명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새로운 감수성의 표현매체로 기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 음악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지 100여 년이 지난 현재 다른 장르들은 음악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굿 음악이나 토속민요처럼 예술적으로 풍부한 보고라 할 수 있는 기층민중음악은 그 음악을 낳게 했던 생활 근거를 잃어버림으로써 음반에 녹음되어 있다하더라도 더 이상 일반 대중에게 불려 지거나 후대 연주가들에게 전수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민요는 판소리와 기악독주곡 산조 등과 함께 굿 음악에 비해 좀 사정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굿은 70년대 새마을 운동과정에서 ‘미신타파’의 대상이 되어 대중적 근거를 상실하였고 근대적 대학 교육에 편입되지도 못한 채 아직도 가계의 전승이라는 전 근대적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간문화재들 사후에 실황으로 굿 음악을 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민요나 판소리, 산조 등은 근대적 대학교육과 국악단체(국악단, 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등)의 체계 속에 편입되어 최소한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우리시대의 음악이라는 현재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일반 사람들에게 과거의 음악 및 노래로 유통됨으로서 대중화에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창극이나 판소리의 경우에는 노년세대를 중심으로 고정 팬이 형성되어 있지만 ‘흥부가’, ‘춘향가’ 등의 100년 전 작품에 대응할 만큼 현재성을 담은 창작품이 쌓이지 않는 까닭에 젊은 세대로까지 청중 영역이 확대되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조 역시 즉흥연주가 사라지고 음악이 악보를 통해 고정화됨으로써 새로운 유파의 탄생이 더디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조가 연주가들의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여 계속 변화되고 풍부해져 가는 전통 음악적 음악관에 기반 하지 않고 서구식 악보체계를 빌어 사용하면서 서구의 고정 불변하는 작품중심의 음악관으로 변화된 데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가장 서구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모방 수용하고 있는 국악관현악단과 실내악을 통한 창작 작품이야말로 이 시대의 현재성을 담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으나 전통악기와 전통음악어법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서양음악기법을 무분별하게 사용 한다던가 서양적 음악관과 형식으로 전통음악을 끼워 맞추는 식의 시도로 인하여 현재 대중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면서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도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산조와 판소리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재 전통음악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는 전통음악에 서양의 근대적 시스템이 접목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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