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흙은 물과 바람에 의해 이동한다. 빗물은 산사태도 일으키면서 산과 농지에서 흙탕물이 되어 충적토(沖積土)를 만드는데, 나일강이나 낙동강의 삼각주가 대표적이다. 바람도 흙을 깎아서 다른 곳에 쌓이게 하는데 이를 풍적토(風積土)라고 하며, 중국의 황토고원이나 해안사구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비와 바람에 의해 많은 량의 흙이 떠난 자리는 척박해지는 한편, 흙탕물은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비산먼지는 대기오염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생활과 건강에 밀접한 비산먼지는 바람과 온도, 강수량 등의 기후인자, 모래와 점토함량 등 토성인자, 토지표면을 덮는 식생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중에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식생을 조성하거나 표면에 물을 뿌려주는 정도이다. 캐나다의 농업 및 농식품부 (Agriculture and Agri-food Canada)는 바람에 의한 토양침식을 막고자 Community Pasture Program(공공초지 조성과 관리제도)을 운영해오고 있다. 1939년 처음 시작된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목초지 조성과 관리를 담당하되, 축산 농가나 조합 등은 가축의 연령과 종류 그리고 사용기간에 따라 일정한 이용료를 엄격히 지불하는 제도이다. 가령, 황소 1마리의 1일 이용료는 0.75 달러이며, 방목 중 분만된 송아지 1마리는 계절 당 3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캐나다 정부의 바람침식이 많은 곳에 녹비작물이나 피복작물 재배 정책은 농업이 갖는 환경 생태적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어서 WTO무역협정에서 허용보조(Green Box)에 해당된다. 한편, 캐나다 농업인들은 값싼 목초를 이용해 수익을 높이면서, 일정한 이용료를 지불해서 공공초지 조성과 관리제도의 지속운영에도 기여하고 있다.
  식물은 물과의 접근성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한다. 물이 고인 호소에는 부엽식물이나 추수식물이 자라는 반면, 지하수가 깊은 산에는 수목이 자란다. 여기에 염을 좋아하는 호염성 식물(Halophyte)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일반식물이 있다. 간척지는 초기 호염성 식물이 자라다가 염분이 제거되면서 차츰 일반식물로 군집이 변화된다. 간척지이니 염생식물이 잘 자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간척지 토양의 수분과 염분의 변화를 살피면서 정교한 식생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새만금 간척지에는 8,570 ha의 농업용지가 있다. 이 땅에 대규모로 쌀이나 원예작물 보다는 조사료 생산이 좋아 보인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조사료를 생산한다면 당장 비산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막대하게 수입되는 조사료도 대체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높은 장벽이 있다. 올해 조사료 생산용 새만금 간척지 임대료는 50ha당 5,000만 원이었지만, 내년에는 7,000만원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하여 조사료 경영체들이 힘들어 한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비산먼지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전라북도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다. 한때 새만금 비산먼지 피해를 막기 위해 염생식물을 파종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왔지만, 사후관리와 효과에 대한 기사는 볼 수 없었다. 한때 겨울철 푸른들 가꾸기 사업이 전국적으로 전개된 적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중단된 지 오래이다. 환경생태문제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풀리는 법이다.
  새만금 간척지가 지금처럼 비산먼지의 온상으로 계속 비난을 받게 될지, 드넓은 푸른 지평선으로 거듭나서 국민들에게 먹을거리와 관광지를 제공할지는 우리 스스로의 자세에 달려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관계 기관들이 정책과 실천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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