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전북 지역에 더위로 인한 가축 폐사가 22만두를 넘어서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북 지역은 올 상반기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가금류 1만3500두를 살처분하는 등 지역 축산 농가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신고가 이달 현재 231건, 가축 22만3292두, 추정 보험금 9억4800만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축 재해 보험에 가입된 농가를 대상으로 접수된 수치로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등 실제 폭염으로 인한 축산 농가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가축 재해보험 폐사신고는 지난달 19일 정읍, 김제, 익산, 남원, 임실, 완주 등 6개 지역에서 21건, 가축 2만640두, 추정 보험금 9069만원의 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하루에는 3배가량 늘어난 61건, 가축 7만8135두, 추정 보험금 2억7500만원의 신고가 접수됐다.

가축별로는 돼지 118건(883두·3억8400만원), 닭 112건(22만1909두·5억5900만원), 오리 1건(500수·500만원) 순이며, 축산 농가가 밀집된 익산(52건·4만6170두)과 정읍(41건·3만8936두), 남원(32건·3만8757두) 지역의 피해가 컸다.

정읍에서 수년째 닭을 사육하는 김모(61)씨는 “하늘마저 외면했다는 말이 와 닿는다”며 “지난달까지 AI로 인해 닭을 출하하는데 어려움이 컸는데 이젠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식 같은 닭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그저 참담할 뿐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한 가축의 고온폐사 또는 질식사가 급증함에 따라 전북도는 상황실을 꾸리고 예산 11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도와 14개 시군에 꾸린 축산분야 폭염 상황실은 오는 9월까지 운영된다. 이들은 피해 축산 농가 파악의 업무를 수행해 향후 복구계획 마련 등을 지원한다. 또 가축재해보험 농업인부담금 지원사업(94억원), 폭염 및 정전대비 가축사육환경 개선(11억원), 축사 내부 소독시설 지원(4.4억원) 등 3개 사업에 11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축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실을 꾸려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가에 조기 출하를 권고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축재해 보험 가입 시 폭염특약 약정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축산 농가의 피해는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복구계획 수립지침에 의거한 정밀 조사를 벌여 피해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 지역 폭염특보일수는 지난달 16일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후 이날 현재까지 11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9일이 증가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환자도 23명으로 집계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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