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적의 약으로 불리는 아스피린의 역사는 매우 길다. 기원전 1500년 경 고대 이집트 기록에는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는 버드나무 껍질을 강장제나 진통제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이후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성분이 진통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1830년대 의학자들은 버드나무의 성분이 바로 살리신산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살리신산은 그대로 복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소화 장애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독일 바이엘 연구소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이었다. 살리신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세트산을 합성해 1897년 드디어 오늘날 아스피린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스피린은 임상 실험 등을 거쳐 1898년 제품화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아스피린의 처음 효능은 진통 소염 해열이었다. 감기 몸살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또 다른 효능들이 속속 발견됐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핏속의 혈전을 녹이는 작용이다. 아스피린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신산은 혈전을 녹이는 효과 때문에 고혈압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적격이었다.

그뿐 아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아스피린이 가진 여러 효능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암에도 효력을 낸다는 점이다. 염증이 생긴 세포를 복구하는 과정서 암 세포가 발생하는데 아스피린은 염증 자체를 막는 기능을 갖고 있어서 암에도 좋다는 것이다.

이 아스피린이 B형 간염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와 강원대 병원 연구팀은 18-84세까지 환자 1674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복용 그룹과 비복용 그룹으로 나눠 간암발생 위험도를 13년에 걸쳐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복용한 그룹의 간암 발생 위험도가 비복용 그룹보다 56-6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우려했던 출혈 위험이 크지 않으면서 간암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어 간암 예방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피린은 만병통치 약으로 불릴 만하다. 위점막 손상이나 지혈 작용 방해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효능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 가지 약으로 이렇게 여러 가지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아스피린은 건강식품이 아닌 엄연한 의약품이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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