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1914년 일제가 곡물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철도로 서대전에서 목포까지 261.5km에 달하는 ‘호남선’의 도도한 흐름이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소재들로 구현되거나 사진보다 회화 느낌을 자아내서다.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지난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여간 선보이는 고정남 사진전 ‘Song of Arirang_호남선’의 첫 인상이다.

유별나게 적산가옥이 많았던 전남 장흥 어느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도쿄에서 유학한 작가는 그의 의식 속 너무도 익숙할 일제의 잔재를 지나치지 않는다. 되레 추적한다.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한국인으로 사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정체성을 역사의 그물 안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답게 과거 미술작을 차용, 재해석한다. 고희동의 ‘부채를 든 자화상’(1915년), 김종태의 ‘노란 저고리’(1929년), 이쾌대의 ‘봉숭아’(1940년) 등 일제강점기 시대 대표작이자 일본 유학경험을 가진 작가들을 차용하고 자신의 여정을 더한다.

이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유로이 배치된다. 보는 이를 공허하거나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이것들이 모여 호남선의 풍경 나아가 역사가 됨을 알 수 있다. 쉽게 눈치 챌 수 없는, 치밀하고 전략적인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그렇기에 작가는 탁월한 이야기꾼일 것이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깃든 서정성도 놓치지 말 것./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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