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길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강의전담교수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우리는 늘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한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5교시에 영어단어 시험을 보겠다고 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점심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영어단어 공부를 한다면 축구를 포기해야 하고, 이럴 경우 영어단어 시험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겠지만 축구를 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은 포기해야 한다. 이때 포기한 축구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기회비용이라 한다. 이처럼 개인이나 조직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는 항상 기회비용을 고려한 선택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으며 스포츠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편, 많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들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경제적인 이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밖에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미지 제고, 도로 및 공원 건설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 소득증대 및 고용창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 국가의 이미지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치, 경제, 산업, 문화, 관광, 환경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만큼 단기간에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확실한 수단은 현존하고 있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분단국가, 외환위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열정적인 응원문화, 성숙된 시민의식, IT 강국 등 역동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국가 이미지로 변모시켰다는데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 도로, 다리 및 공원 등과 같은 사회간전자본 시설 확충은 보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아무리 메가 스포츠이벤트라고 할지라도 개최하려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운영목표나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즉,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통해서 이미지 제고, 사회간전자본 시설 확충, 소득증대, 고용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를 해당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시키지 못한다면 그 스포츠이벤트는 일회성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특히,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정치적으로 혹은 지역정서상 등의 이유로 추진할 경우 그 부작용은 엄청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시설 건설 및 보수, 도로, 환경개선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을 위해 엄청난 돈이 투입되며 사후활용을 고려하지 않아 시설유지로 국민의 세금이 한 해 수십억 씩 낭비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포츠분야에 기회비용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며 기회비용을 고려한 효용가치가 적은 스포츠이벤트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단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스포츠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이윤추구보다 국민의 삶의 질 추구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논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소수만을 위한 엘리트 대회가 아닌 다수를 위한 생활체육 대회야 할 것이다. 또한 엘리트 대회라 할지라도 대회가 끝난 후, 활용방안이 매우 효율적이라면 그 대회의 개최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스포츠는 현대인에게 일에 대한 반대급부로 작동하여 삶의 만족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효용의 가치가 크며 기회비용측면에서도 다른 분야보다 선택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효율적인 경제적 개념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더 큰 기회비용을 놓칠 수 있다는 그 중요한 이치를 반드시 인식해야 할 시점이며 미흡한 운영과 잘못된 방식으로 유치한 스포츠이벤트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는다는 명백한 논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