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작가에겐 세상 모든 게 화폭이고 토양이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고재 뿐 아니라 종이와 비단에도 모란을 아로새겼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에서 계속되는 여덟 번째 개인전 ‘묘금도 부귀도’에서는 재료를 확장했다. 지난해 선보인 나무부터 평면인 한지까지 캔버스 삼는다.

종이는 화가에게 가장 일반적인 화폭임에도 그가 그 위 모란을 소개하는 건 처음이다. 고재의 경우 낡고 오래된 것들에 애틋한 작가의 성향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낡은 벽을 그린 두 번째 개인전과 작년 고재전에서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기존 도마, 대패, 문짝, 접시, 쟁반 뿐 아니라 의자, 나막신까지 활용했다. 도 무형문화재 우산장인 윤규상 선생의 우산도 그 중 하나.

고재와 평면 채색에는 한국화 물감을 쓰지만 느낌은 제각각이다. 전자는 그림은 금세 그리지만 마감 작업이 길고 후자는 밑그림부터 연한 색, 진한 색까지 차곡차곡 쌓느라 오래 걸린다. 때문일까. 생동감 있고 친근한 민화와 중국의 채색기법으로 깊이 있는 공필화가 각각 떠오른다.

그 위 피어난 건 꽃 중의 꽃이자 오랜 소재인 모란이다. 부귀, 장수, 공명, 평화를 가리키는 꽃은 다양한 빛깔과 크기로 봉우리 질 때부터 만개하기까지 펼쳐진다. 그리는 스스로도, 갖게 될 누군가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대학 때부터 좋아했다는 모란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형태나 색감 면에서 견고해졌다.

말하고자 하는 바도 뚜렷해졌다. 화폭 종류와 특성을 고려해 얼굴을 달리하는 유연성 또한 갖췄다. 아름다움 너머 인간, 생의 본질을 말하는 그의 기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유 작가는 “다음부터는 과거 했던 ‘인물’을 다룰 생각이다. 대학 동기들과 11월 경 개최하는 4인전이 시작점이다. 여전히 구상이지만 정밀묘사에 치중했던 전과 달리 뭉뚱그리는 등 이미지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사물에 모란을 그려보고 싶다”고 밝혔다.

예원예술대에서 한국화를, 같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전북인물작가회 회원이고 전라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다. 나비늘꽃아트샵을 운영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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