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비춰지던 사건이 2년여 만에 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2014년 초등학생이던 A양(15)이 B씨(29·1급 지체장애인)를 만나게 된 곳은 도내 한 아동센터다.

A양은 B씨와의 관계에서 만 13세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됐다.

현행법상 B씨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A양은 B씨와 사랑하는 관계이며 자신이 원하고 합의해 성관계를 해 임신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양의 주장은 B씨가 검찰에 넘겨져서도 한결같았다.

검찰은 시민위원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고심 끝에 B씨에게 2015년 10월 22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양의 주장과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 양측 부모의 합의, 아이의 양육 등이 기소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형법은 피해자의 동의와 상관없이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죄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는 전문보호기관을 통해 피의자와 분리조치 돼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지만, A양이 이를 원치 않아 B씨와 분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기관의 피해자와 피의자 분리, 보호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한 A양과 B씨는 B씨의 가족과 함께 생활했다.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호적에 올라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A양은 2여 년이 지난 올해 6월 가출을 선택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B씨의 어머니는 A양을 찾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으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은 A양으로부터 가출을 선택하게 된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B씨의 성관계 요구와 집안 살림 등이 힘들어 집에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A의 주장이다.

심지어 B씨의 부모는 A양에게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장기 결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사항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6월 30일 여성긴급전화 1366전북센터에 4차례에 걸쳐 신고했다.

기관은 A양을 분리 조치 보호하고 있으며 경찰은 지난달 3일 사건을 인지해 B씨를 성폭력 혐의, B씨의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B씨와 그의 어머니 현직 공무원 C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다.

A양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받은 조사에서 “그때는(2015년) 시켜서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 완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 시인하고 있다"며 "어떠한 선입견도 배제하고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인 남성이 초등학생 여자아이와의 성관계는 강제성 여부와 상관없이 명백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간의 연애로 접근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이고 가해자의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황지영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피해 아동이 어떤 상황에 있었고 탄원서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아동의 이야기와 환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시 피해자에 대한 수사 기관의 조치가 아쉽다“고 말했다./신혜린기자·say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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