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오피니언l승인2017.08.03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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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는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전개된 프랑스 영화 운동이다. 기존의 안이한 영화 관습에 반기를 든 것으로 주제와 기술상의 혁신을 추구했다. 당시 전 세계 영화계는 공백기나 다름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 영화는 오로지 오락물에만 치우쳤고 소련 영화는 정치 선전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무언가 탈출구가 절실했던 시기 자본과 정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프랑스에서 새로운 영화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누벨바그의 특징은 한 마디로 기존의 장르 규칙을 타파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구성이 느슨하고 사실적이며 혁신적인 면이 돋보였다.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현지 야외 촬영을 선호했고 소형 촬영기나 장비를 사용해 우연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을 얻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보니 한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또 감독의 창조적 개성이 강조되는 시기였다. 젊은 감독들은 영화 예술의 작가는 자신들이라며 스타 배우보다는 감독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역설했다.

그 외에도 누벨바그 영화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실험을 감행했고 장면의 비약적 전개라든지 소격 효과 즉 관객과 작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추구하는 등 과거 영화와는 여러 면에서 확연히 달랐다.

최초 누벨바그 영화로는 보통 샤브롤 감독의 ‘미남 사르주’(1958)을 든다. 이후 트뤼포 감독이 연출한 ‘400번의 구타’와 ‘줄 앤드 짐’,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등이 줄을 이어 나왔다.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렸던 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가 며칠 전 8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트뤼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줄 앤드 짐’이라는 작품을 찍었다.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사랑이라는 평범한 스토리지만 여성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명품으로 꼽힌다. 잔 모로는 주로 누벨바그 영화들에 출연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완벽한 배우로 명성을 드높였다. 칸과 세자르 등 세계적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영화 감독, 연극 연출가로서 능력도 과시한 바 있다.

누벨바그 감독과 배우들은 새로운 영화의 시대를 열었다. 이 작품들을 계기로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가 나뉘었다. 잔 모로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의 타계를 보면서 누벨바그에 대한 평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누벨바그 감독들의 야심찬 실험이 영화의 수준을 예술의 경지로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 영화계에도 과연 이런 예술 정신이 살아 있는지 어떤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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