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9일 만난 파지를 주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양현철(55·전주시 산정동)씨의 인생 목표다.

건설업을 하다 7년 전인 2010년 40억원 상당 부도를 맞은 양씨는 건강과 가족을 잃고 폐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양씨는 주민지원센터 연계로 2014년 3월 노숙자 쉼터인 희망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때부터 양씨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한 때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이라 여겼던 노숙자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과거 누렸던 안락한 삶은 잊어야 했다. 양씨는 “병명도 모른 채 몸에 마비가 왔다. 돈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가진 거라곤 50원짜리 동전 하나가 전부였다”고 떠올렸다.

2014년 7월 입소 4개월 만에 쉼터를 퇴소한 양씨는 전주시로부터 주거지원을 받아 산정동 지금의 거주지에 정착했다. 과정에서 10여차례 수술과 1년여 투병생활, 매일같이 투약하는 강도 높은 진통제, 일당 9만원 노가다 생활 등 어려움도 많았다.

2015년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파지 줍는 일이 양씨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금도 오전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다음날 오전 2시가 돼서야 두 다리를 뻗는다. 한 달이면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진단 지원 53만7000원, 파지 팔아 번 돈 50만원 등 100만원 남짓이 양씨의 수중에 들어온다. 하지만 병원비 70만원과 주거비용 5만원의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나면 식비 등 여타 소비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양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한 해 두 차례씩 저축한 저금통을 주민지원센터 등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28만원을 냉장고 없는 이웃과 노인 식사 봉사에 전달했다. 또 자신이 머물렀던 희망쉼터에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찾아 일자리를 연결하고 자활 의지를 북돋우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까닭에 쉼터에서 ‘자활반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양씨는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다”며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노숙자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너무 안 좋은 눈초리로 쳐다보곤 하는데 같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사회가 품어주지 않으면 노숙자들은 말 그대로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인터뷰를 마친 양씨는 2시간 가까이 진통제 투약을 위해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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