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사람 간에 신뢰가 무너지면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신뢰를 잃었을 때 상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반목으로 개인 간, 사회, 국가의 기본 틀도 무너지면서 힘만이 집단을 지배하는 동물 사회가 된다.
이 나라에서 가장 존경을 받아야 할, 국민의 지지로 뽑힌 대통령이 신뢰를 잃어 법정에 서고 있으며 최고 정치 집단이며 신뢰의 표상이 되어야 할 국회의원은 그들을 뽑아 준 국민의 지지도는 한자리 수치에 머물고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한심한 상황이다.
사회집단 중 그래도 오랫동안 믿음의 대상이 되었던 교직 사회는 어떤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얘기는 성현 말씀에서나 찾을 수 있고 사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이 공교육 선생님보다 더 우대받는 현실에서, 선생님들은 걸핏하면 부정적 이미지로 지탄을 받는 사례가 번번이 보도되고 있다. 최후의 보루, 정신적 의지 처였던 종교계는 어떤가?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믿고 따르며 그 분의 말씀이라면 경청하고 앞길을 밝혀 주는 믿음 갖게 하는 종교 지도자가 선뜻 떠오르는가?
어쩌다 우리 사회는 존경하는 지도자나 집단이 없이 이렇게 까지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존경심이 실종한 상태에 이르렀을까? 너 나 탓할 것 없이 모두에게 허물이 있다. 지도자는 그 직책의 무게에 맞게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도 자기가 감당하고 있는 직분만큼 내 일을 정정당당하게 책임 질 수 있게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
이 나라는 나 혼자만을 위한 집단이 아니다. 더불어 모두가 지금같이 삶을 계속해야 하고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 그리고 손자, 손녀가 대대로 자손만대 까지 번영을 누려야 할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이다. 이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이 순간도 편안함과 세끼 식사로 생을 유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할 대상이라도 있지 않은가?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 나라를 잃고 떠돌면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난민들을 생생하게, 안타깝게 보고 있다. 그 나라들이라고 훌륭한 지도자가 없었고 국민은 깨어있지 않았는가? 집단 전체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가고 있을 때 그 흐름을 바로잡지 못하면 나라라고 하는 배는 더 이상 구조할 수 없는 지경 이르러 침몰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이제 이 나라 구성원 각자가 심각하게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야 할 때이다. 내외부의 난제가 많다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옳고 바른 행동을 바탕으로 뭉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었다. 나라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불행했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고 그 서로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여 내부분열을 자초, 재앙을 불러들인 결과이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가까운 구한말 국내의 시대 상황을 되짚어 보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원인은 확실하다.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과 불신으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였다.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심각한 사회의 부정적 흐름을, 신뢰 회복 운동을 펼쳐 이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내야 한다. 적폐청산도 신뢰가 회복되면 진흙탕물이 가라앉듯 자연히 정화되고 맑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 사회에 신뢰할 많은 너와 나를 키워야 한다. 이 신뢰는 내가 맡은 분야, 내 일에서 내가 믿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어느 특정인이 챔피온이 되어 사회를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개개인이 자기 분야에서 신뢰 챔피온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긍지를 갖도록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이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종교는 첫째의 덕목으로 탐욕을 억제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신뢰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고 이타이며 탐욕이 억제이다. 아무리 권력과 돈이 탐나더라도 내 그릇에 맞는 만큼을 거둬야 한다. 그 바탕이 되어 있어야 상대가 신뢰할 수 있고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권력과 돈은 유한하나 존경은 후손에 전달된다.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신뢰회복이 최우선되어야 하고 신뢰 없이는 사회는 불안하고 힘이 우선인 짐승사회가 된다. 그리고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문득 나는 내 아내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고 있다. 가장 기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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