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복지국가 모델의 대명사인 스웨덴이 부유세를 도입한 때는 1910년이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과세였다. 특정 상위계층에 대해 비례적으로 또는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부유세다. 따라서 조세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스웨덴은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부의 불평등 해소에 힘을 썼다.

하지만 그 후 스웨덴에도 이런 저런 고비가 있었다. 70여 년 동안 집권한 좌성향 사민당은 이 부유세를 끈질기게 유지한 반면 2007년 정권을 잡은 중도우파 연립정권은 이를 폐지하고 말았다. 당시 스웨덴의 부유세율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최고 7배까지 높았다. 그러자 부자들이 속속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그 때 해외로 빠져나간 돈만 우리 돈 67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 국내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 부유세를 폐지한 중도우파 연립정권의 명분이었다.

이처럼 부유세는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쪽은 부의 불평등 해소를 통한 양극화 완화, 복지 재원 확충, 투기 재산 보유 억제 등을 부유세의 효과로 주장한다. 반면 반대 쪽에서는 재산의 해외 도피를 비롯해 기업 투자 의욕 상실, 이중과세 논란 등을 들어 부유세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물론 부자들이 모두 다 부유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오마바 정부 때 재정난으로 골머리를 앓자 “나 같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라”고 나섰다.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세율이 17.4%에 불과하다며 이는 일반 근로자들보다 더 낮다고 지적했다.

최근 노르웨이에 부유세 논쟁이 후끈 달아올랐다고 한다. 급기야 내달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부처로 부상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부유세를 4년간 7100억 원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최대 기업이익단체인 노르웨이경제인 연합회는 “부유세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저해되고 있다”며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게 노르웨이에서 부유세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재 판세는 노동당이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자 증세 논란이 뜨겁다. 새 정부가 복지 등 각종 현안사업의 재원조달을 위해 부유세 성격의 증세안을 내놓았는데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가 거세다. 부의 불평등 완화냐 아니면 투자 촉진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난제 중의 난제다. 사실 절대 선은 없다. 다만 우리 사회에도 워렌 버핏과 같은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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