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혹은 어린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 사는 가난한 가족을 떠나 부유한 나라 한국에 가정을 꾸렸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기꺼이 희생했지만 돌아가지도 포함되지도 못한 채, 경계에 서 있다. 다문화가정이란 이름으로.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23일부터 9월 17일까지 이동근의 사진전 ‘초청장’을 연다. 우연한 기회 ‘외국인주부 한글교실’에 참석한 작가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결혼이주민들이 어린 나이답지 않게 무겁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낯선 장소, 낯선 문화, 낯선 사람도 모자라 한국의 뿌리 깊은 단일민족주의와 순혈주의로 거부당하고 가정에서조차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제3세계권 여성들의 정체성, 소수자들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독일에 간호사를 파견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했던 과거 우리와 비슷한 상황.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정반대 입장에 놓인 가운데 당시 우리가 타국에서 느꼈던 부조리함과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노력이 있을까.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촬영은 연출을 최소화하고 다문화가정 스스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는데 카메라로 바라본 그들의 일상은 많은 걸 말해준다. 가족 간 관계와 질서부터 상이한 문화가 부딪히고 스며든 상태까지 아우른다.

집안에서 입고 있는 옷, 집을 꾸미는 방식, 소품들의 종류와 배치, 특히 거실에 붙여놓은 한글 글자판이 눈길을 끈다. 어린 자녀의 한글 교육을 위해서지만 결혼이주여성들 또한 언어의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가족과 국가를 얻었지만 동화되지 못한 채 경계에 선 그녀들은 답답한 심경만큼이나 경직된 모습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그녀들의 본국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한국에 와야만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는 작가는 이제 그들의 고향으로 향한다.

부산 출생으로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 대학원 사진학과 순수사진전공 졸업했으며 현재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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