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최모(25·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근을 위해 주차된 차량을 찾았으나 조수석과 뒷좌석 문에 스크레치가 길게 나 있던 것.

최씨는 가해자가 연락처를 남겼을까 하는 마음에 차량 구석구석을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해 화가 났다.

차량에 블랙박스를 미처 설치하지 않았던 최씨는 괘씸한 마음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주차장 CCTV를 분석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씨는 주차장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 보험처리만 가능할 뿐 처벌은 어렵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화가 났다.

최씨는 “도로 위는 물론 각종 건물 주차장에서도 뺑소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주차장 내 뺑소니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주차 뺑소니를 처벌하기 위해 개정된 법이 주차장 내에서는 적용이 안 돼 피해자들이 속을 끓고 있다.

17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명피해가 없고 경미한 물적 피해 교통사고를 낸 뒤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도주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이 지난 6월 초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주차 뺑소니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25점 혹은 최대 벌금 20만원의 처벌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발생한 주차뺑소니 사건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 주차장 등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 근거가 전혀 없다.

도로 위와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물적 피해 뺑소니 사건이 아파트 주차장, 마트 주차장 등 건물 내에서 발생하지만 법 적용이 불가능해 ‘부족한 개정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선 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들은 법 개정일 6월 3일 이후로 주차 뺑소니 관련 신고가 급증한 건 사실이지만 주차장 등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험처리밖에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처벌 대상을 도로를 포함한 주차장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국회의원 발의로 심의 단계에 있다"라며 "통과가 되면 주차장에서 발생한 피해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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