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 부활을 위한 의회’는 1894년6월16일부터 7일간 프랑스 소르본느대학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에서 2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회의였다. 프랑스 쿠베르탱이 주도한 이 회의는 오랫동안 멈춰 있던 올림픽 경기를 부활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근대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결성하고 초대위원장에 그리스인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를 선출했다. 아울러 IOC위원 13명이 선정됐다. 산파 역할을 한 쿠베르탱은 초대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IOC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위원들이다. 이들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비롯해 종목 결정, 올림픽 발전제도 의결 등 여러 임무를 띠고 있다. 물론 자신이 속한 나라에 올림픽 이념을 보급 고양하고 스포츠 발전에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예우도 대단하다. 회원국 방문 때 비자가 필요 없으며 호텔에 묵으면 그 나라 국기가 내걸린다. 거의 국가 원수급 대우다.

그런 만큼 위원에 선출되기는 아주 어렵다. IOC헌장이 규정한 위원 자격은 이렇다.

“상당한 지위와 고결한 품성, 바른 판단력과 실천력을 갖고 있으면서 올림픽 정신이 투철한 인사이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선출되는 IOC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재벌이나 왕족, 수상, 장관 등이 즐비하다. 그래서 ‘올림픽 귀족’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특히 올림픽이 황금 알을 낳은 비즈니스로 떠오르면서 위원들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올림픽이 이권 다툼의 장이 되고 그 곳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들이 바로 위원들인 것이다.

얼마 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는 우리나라의 IOC위원인 이건희 삼성회장의 위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 회장 가족으로부터 “위원 재선임을 고려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고 IOC는 설명했다. 이 회장은 1996년 개인 자격으로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21년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70일간 해외를 돌며 각국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기여를 했다. 이로써 한국은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선수위원 한 명만 IOC위원으로 남게 됐다.

일단 한국 스포츠 외교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 연맹 회장이 불미스런 일로 IOC위원을 사퇴한 이후 스포츠 외교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없었다. 그나마 이 회장의 사퇴로 큰 구멍이 났다. 국가 차원서 스포츠 외교 인력을 육성하고 새로운 IOC위원을 배출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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