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와있습니다. 오늘이 8.15광복절이네요.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일본말 배우기 싫어 학교도 안 다니고 자유독립을 염원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 저는 지금 2023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해 이곳에 와 수많은 나라 대표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꼭 성공하여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기개를 높이고, 낙후된 전라북도 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위 글은 송하진 전라북도지사가 광복절 아침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송하진 지사는 부친 강암 선생을 떠올리며 2023 세계잼버리 유치에 온 힘을 쏟아 붓고 마침내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굳이 지사의 글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과연 강암 정신을 지켜내고 실천함으로써 폴란드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전라북도가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3년 전 전라일보 <한시기행>을 통해 불굴의 선비정신과 항일독립정신, 도전정신, 창조정신, 예술정신 등을 강암 정신으로 정리한 바 있다. 강암 선생은 늘 상투를 틀고 꼿꼿한 자세로 서예에 정진한 당대의 마지막 선비이셨다.
  2023 세계잼버리 유치에는 비단 도지사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조현 외교부 차관, 한국스카우트연맹 함종한 총재 등의 지원과 유치활동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직접적으로 대회 유치 지원을 지시했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아제르바이잔 현지에서 막판 분위기를 크게 잡아 승리를 굳혔다. 필자도 KBS전주보도국장으로 일할 때 이영구 한국스카우트연맹 부총재와 함께 이 대회 유치의 불을 지핀 바 있다.
  어렵게 대회를 유치한 만큼 잘 준비해서 2023년 대회에 참가할 5만여 명의 세계청소년들이 즐겁게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새만금국제공항과 KTX, 항만, 야영장 등 기반시설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송하진 지사가 강조하는 것처럼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전라도 문화를 신바람 나게 체험하고 공유하는 것이 대회를 성공시키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지정학적으로 33.9km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건설한 도전정신과 미래ICT  4차산업의 세계 중심지로서 꿈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미륵사와 왕궁, 고인돌 등 세계문화유산 유적지, 백강(동진강)과 주류산성(우금산성)·김제 벽성·정읍 고부성 등을 중심으로 한 백제의 부흥전쟁, 수성당·기벌포 등의 고대 해양문화를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기전과 오목대에 서린 조선의 창업 정신과 우리 역사를 지켜온 전주사고, 향교와 서예관 등에서의 선비문화 체험, 판소리와 시조창, 한국무용 등의 체험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려면 프레대회도 열고, 인문학 콘텐츠를 이벤트 문화상품으로 창조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개척 정신을 살리는 미래과학공상 영화의 제작을 비롯해 춘향·심청·콩쥐팥쥐전·백제부흥전쟁 등의 게임만들기와 오페라공연, 세계민속대회 등도 시도할 만한 일이다. 야영장은 미래의 세계적 촬영소 즉 한국의 할리우드, 콜리우드(Kollywood)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전북의 창조적 도전이 세계정신의 정수가 아닐까?          /이춘구<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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