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가 촛불을 통해 희망의 시대로 바뀌었을까? 세상을 향해 항상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소설가 22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 시대의 절망과 희망을 두루 기록했다.
  <이해 없이 당분간-짧아도 괜찮아 1>(걷는 사람·236쪽)은 김금희, 김덕희, 임현, 정용준, 조해진, 최정화 등의 신예 소설가들과 오수연, 한창훈, 이제하, 조해일 등의 중견·원로 소설가들의 작품이 고루 포함된 손바닥 소설집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단 하나의 진실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서로 다를 수 있는 그러나 진실한 이야기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책이 단 하나의 진실에 복무하는 엔솔로지였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이슈에 밀착해 이루어진 고발과 풍자가 있고 미래로 먼저 가 현재를 돌아보며 시도된 비판적 성찰이 있으며 언론 속 큰 현실 옆을 흘러가는 개인의 고요한 고통과의 동행과 공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역사를 바꾼 촛불혁명에 대해서도 선과 악의 구분을 경계한다.
  ‘“나는 어느새 인파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 분명 보았다. 아버지를, 왕년의 군인을, 눈도 귀도 어두우면서 내 이름의 통장으로 삼십만 원을 입금하기 위해 지금도 매달 말일에 은행으로 외출을 나가는 그를…. ”
  -조해진 「빛의 온도」부분
  「빛의 온도」에서 조해진 소설가는 집회를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또 각각의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놀랄 만큼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백민석은 「눈과 귀」를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마님이야기를 들려주며 블랙리스트 작가 한창훈은 「동식이」에서 섬마을 아이 동식이와의 대화를 통해 세태를 꼬집는다.
  임현은 「이해 없이 당분간」에서 각자의 이유로 따로 또 함께 울고 있는 버스기사와 승객을 보여주며 김덕희는 「배를 팔아먹는 나라」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표권을 사고팔 수 있는’ 투표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러 낸다.
  또 백가흠은 「취업을 시켜드립니다」를 통해 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에게 사기를 치는 국가 권력의 모습을,  김금희는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에서 지금 이곳에서 한 치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의 모습을 그린다.
  손보미는 「계시」에서 헤어진 애인을 추억하며 현대인들이 가진 무관심과 신성함이 사라진 세계의 모습을 그리고 조수경은 「외선순환선」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자의 방황과 상실감을 이야기 한다.
  책을 기획한 이시백 소설가는 “예술가는 각기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이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면서 때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 호응하여 발화하기도 한다. 여기에 실린 짧지만 힘찬 소설들이 절망에 빠진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에게 뜨거운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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