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의 전설적 CEO 로버트 우드러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이젠하워 장군과 친분이 깊었다. 이를 활용해 자사의 제품에 아이젠하워를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젠하워는 이를 의식해 전쟁 중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코카콜라를 제대로 홍보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코카콜라 한 잔만 갖다 주겠소?”라고 했다. 이 장면은 매스컴을 탔고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치솟았다. 아이젠하워는 그 이후에도 종종 코카콜라를 빨대로 마시는 모습을 노출했다. 우드러프는 이를 이용해 ‘코카콜라는 위대한 미국인의 음료, 미국인의 애국심’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애국심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애국심을 활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도 애국심 마케팅의 좋은 예다. 할리우드가 만든 영화치고 성조기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자는 작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예는 8·15콜라다. 외환위기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인 1998년 한 식품회사가 8·15콜라를 출시했다. 거기에는 ‘콜라 독립’이라는 캠페인이 따랐다. 당시 국민들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산품 애용과 금 모으기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8·15콜라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 때 이 콜라의 시장점유율은 13%를 웃돌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콜라는 워낙 제품의 질이나 마케팅 등에서 경쟁업체의 적수가 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았다.

영화 ‘군함도’가 애국심 마케팅 논란에 휩싸여 소란스럽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일본 하시마섬 이른바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뒤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강제 징용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며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며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한 쪽에서는 블록버스터인 군함도가 살아남기 위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수법을 쓴다고 비판했다. ‘명량’이나 ‘암살’ 등과 같이 과도한 애국심 팔기라는 것이다. 국뽕(국수주의)에 기댄 작품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반일감정은 흔한 영화 소재다. 동기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애국심 마케팅이 작용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애국심 자체야 나쁠 것이 없다. 다만 이를 장삿속으로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 영화 흥행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질에 의존한다. 결국 군함도의 관객 숫자가 논란을 종결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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