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양 무제는 철저한 불교 신봉자였다. 그는 스스로 삼보의 노예라며 사찰에 모든 것을 바치고 따랐다. 그는 대열반경을 능숙하게 암송한 것으로 유명한 데 여기에는 불살생계 즉 산 것을 죽이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양 무제는 이에 영향을 받아 근본적으로 살생을 근절시키려면 육식을 계율로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기 511년 영원히 육식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한편 백성들에게도 채식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백성들은 이에 따라 제사 때에도 밀가루로 만든 돼지 머리나 고기를 써야 했다.

보통 불교에서 육식을 금하는 시기를 양 무제 때로 보고 있다. 대승 불교에서 시작된 계율이라는 것이다. 범망경에는 “일체 중생은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며 고기를 먹으면 한량없는 죄를 얻게 된다”고 나와 있다. 열반경에도 “고기를 먹은 사람은 자비의 종자가 끊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부처님이 생존해 있을 때에는 고기는 먹어도 되는 음식이었다. 사분율이라는 출가수행자 규범에는 스님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밥, 말린 인도식 빵, 보릿가루, 고기, 생선 등이 열거돼 있다. 또 부처님 스스로도 고기를 먹되 원칙이 있다고 했다. 흔히 오정육이라고 하는 데 자기 자신을 위해 죽인 고기라는 것을 모르거나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먹어도 좋다는 언급을 했다.

중국 선불교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 불교 교단도 스님들의 육식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널리 보급되면서 육식이 공식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물론 일부 귀족들은 고기를 먹었지만 백성 대다수가 가능한 이를 피하려 했다.

최근 불교계가 육식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 중이라고 한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얼마 전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을 열고 육식에 대한 논의를 했다. 육식을 찬성하는 스님들은 이 자리에서 “티베트 스님들은 수행을 잘하는데 고기를 먹는다. 한국 스님들은 지킬 수 없는 계율에 얽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대쪽 스님들은 대만 스님들을 예로 들며 채식 계율을 지켜야 대중의 존경을 얻을 수 있으며 채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융성하는 추세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육식 허용을 비판했다.

종교도 시대의 변화에 둔감할 수는 없다. 이미 동남아 남방불교나 티베트 불교, 스리랑카와 몽골 불교 등에서는 육식을 하고 있다. 또 서구 등지로 퍼져나간 불교 역시 육식 금지와는 거리가 멀다. 어느 것이 옳은 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승가 스스로에게 달렸지만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는 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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