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친환경차로의 변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2025년까지 100% 전기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만을 판매하겠다는 노르웨이의 정책발표로 촉발된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판매 금지는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를 넘어 인도 등의 국가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독일 2030년, 영국과 프랑스 2040년 등 종료되는 시점은 다르지만 결국 친환경차량만이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넌 대답만 해)’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노르웨이에서는 지난 6월 전기차의 판매량이 27.7%를 차지하며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판매량을 추월했다.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는 완성차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2019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전 차종에 전기모터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브랜드들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친환경 모터 동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미세먼지 걱정 없는 대기환경 조성’이 중요한 의제로 제시됐다. 미세먼지 발생량을 임기 내 30% 감축하여 오염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정책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경유차의 단계적 감축’이다. 노후경유차의 운행을 제한, 조기폐차 지원 등을 통해 경유차의 비중을 축소하고 2022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친환경차 비중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북이 우위를 점하는 상용차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상용차 등록수는 전체 차량의 27%로 승용차에 비해 적은 양이다. 하지만 전체 자동차 온실가스(CO2) 배출량의 48%, 공해오염(NOx) 배출량의 80%를 배출하는 등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그 동안 정부는 승용차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의 개발에 많은 지원을 해왔고 이에 따른 다양한 모델 출시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개선 효과가 승용차에 비해 월등한 상용차 분야의 친환경 기술개발과 관련 인프라의 구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정부차원의 친환경 상용차 보급 확대와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환경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전라북도와 기술원은 이런 자동차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의 개발과 이의 국정 반영에 힘써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창출’ 과제에  전북의 전기상용차·스마트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담을 수 있었다. 이제는 산학연관 공히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수요자 연계를 통해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 동안 전라북도는 25인승 전기버스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청소차 뿐 아니라, 전기로 구동하는 크레인 등 저탄소 완성차와 특장차량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힘써왔다. 이외에도 상용차 R&D센터와 주행시험장, 그리고 153억원이 투입되는 능동 안전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중대형 상용차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도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연계해 대응과제를 발굴하고 차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수립에 애쓰고 있다. 먼저 ‘친환경 전기상용차산업 거점 구축사업’ 과 '상용차 자율주행 글로벌 전진기지 조성' 기획을 통하여 전북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상용전기차 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과 세부사업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전기차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정과제 대응 자문단’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국내외 친환경 전기차 분야 전문가와 기업이 모이는 ‘친환경 전기상용차 국제컨퍼런스’를 개최계획을 수립 추진해 전북이 명실상부한 친환경 상용차 산업의 허브임을 천명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자동차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북의 자동차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지금이 그 순간이다. 이제 ‘친환경 전기상용차 전북’이라는 새로운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길고 험한 여정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 전북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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