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뇌 활동 관찰을 통해 인간의 경제적 의사결정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학문이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학자 미국의 폴 자크교수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그는 인간의 신뢰 행동이 이성에 의해 의식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유발된다고 보았다. 신뢰는 한 나라의 경제적 번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 그는 인체에서 신뢰와 관련된 화학물질은 오로지 옥시토신 한 가지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크 교수는 사회의 신뢰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옥시토신 이론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옥시토신이 잘 분비되게 하는 국가적 요인은 독립적 언론과 정책결정과정에서의 투명성, 법치, 부정부패 일소 등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이런 요인들이 잘 이행되면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고 따라서 경제도 발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옥시토신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합성돼 뇌하수체를 통해 혈류로 방출되는 신경전달 물질 즉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일찍 태어나다’는 뜻인데 당연히 여성의 출산과 수유에 관련된다. 자궁의 수축을 통해 분만을 유도하고 젖 분비를 촉진하는 게 옥시토신의 본래 기능이다. 그래서 엄마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옥시토신의 역할을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자크 교수의 언급대로 우선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강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는 게 이해가 간다. 그뿐 아니다 남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황홀감도 순전히 옥시토신 덕분이다. 그 외에도 여성이 남성에게 모성 본능을 느낀다든지 친밀감이 깊어지는 것 등도 모두 이 호르몬의 힘이다.
  독일 본 대학병원 르레 헐리만 교수 연구진은 옥시토신이 다른 인종, 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적개심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 했다. 독일인 183명을 대상으로 코 밑에 옥시토신을 뿌리고 현지인과 난민에 대한 기부여부를 질문한 결과 뿌리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을 뿌리면 현지인 기부금은 1.99유로에서 3.62유로로 81% 늘었고 난민에 대한 기부금은 2.62유로에서 4.41유로로 68% 늘었다. 옥시토신이 사랑을 베푸는 마음을 일으키고 인종 혐오도 줄인 것이다.
  흔히 옥시토신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부른다. 사랑이 인간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듯 옥시토신이 사랑, 모성, 정, 신뢰, 치유 등 여러 가지 긍정적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다. 인종 혐오까지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그런 견지서 고무적이다. 이제 세상사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옥시토신을 늘 코 밑에 뿌리고 다닐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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