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무더웠던 8월, 여름방학을 맞이한 도내 초중고 교사 30여명과 함께 ‘발해만 요하기행’을 5박6일간 다녀왔다. 살아있는 역사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 신실학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전북의 교사들과 함께 한 기행이어서 더없이 든든하고 행복하였다.
단둥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북녘 땅인 구리도와 우적도 사이를 지날 때에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조국 산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 고구려 백암성에서 바라보는 요동 벌판은 고구려인의 웅대한 기상이 느껴져 가슴이 시원하였다. 연암의 ‘열하일기’ 속 청석령을 걸어 오르면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생각했고, 포로로 끌려온 수만 명의 조선인들이 팔려 나갔다는 노예시장이 있던 심양 서탑 거리에 서서는 나라를 빼앗긴 민중들이 겪었을 고난과 한을 되새겨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자 숨결이 살아있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한 소위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근거한 동북공정을 마무리했음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교사들이 ‘이 땅의 교사로서 여전히 국사교과서에 남아있는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올바른 역사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 지식인이 되자.’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전북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전북교육계는 충격적인 사건에 휩싸여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부안 상서중 고 송경진 교사의 죽음과 유가족의 호소문은 전북교육계는 물론 온 나라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해당학교 어린 학생들이 받을 혼란과 충격이 걱정스럽다. 또한 자괴감에 빠져있을 전북 교사들의 사기 저하도 안타깝다. 그러므로 전북교육청은 하루빨리 한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공명정대하게 진행해서, 유가족의 주장과 요구에 성실히 답하고, 도내 학생과 교사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 수장의 이름으로 사과하고, 지혜를 모아 상처 치유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교육운동 시기에 도지부 사무실에서 상근하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참교육을 외치다 학교 밖으로 나와 눈물을 삼키며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교육개혁운동을 하던 그 시절, 사무실에 가장 많이 걸려온 학부모들의 상담 전화는 교사들의 체벌과 촌지 문제였다. 부끄러운 얘기였지만 그래서 교사들은 참교육을 다짐했고, 학생 인권 관련 연수와 교육을 수없이 진행했으며 어린이날, 학생의 날 행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을 지키고, 올바로 성장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학생 인권과 민주시민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생에게는 교육 받을 권리인 학습권을 보장해줘야 하고, 교사에게는 진리와 양심에 따라 교육할 권리인 교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교권이 주어지는 이유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며, 그것이 곧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본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은 거두어져야 한다. 학생 인권을 위해서도 교사들의 집단 지성으로 교육권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교사가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어 전북교육이 희망으로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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