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 이후 세계적인 농업의 기류는 다수확을 지향하는 고투입 농업 대신 환경보전을 지향하는 저투입 지속농업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도 1999년 당시 친환경농업법의 제정과 더불어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의 사용을 줄이는 대신 퇴비, 천적 등 자연자원의 활용을 증대시키는 농업정책이 추진됐다. 2000년대 후반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기 시작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도 안정적 수량을 내는 품종,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농자재 사용기술 등 녹색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농작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량은 전과정평가법으로 산정된다. 즉, 사용량 통계값을 바탕으로 농자재의 제조단계, 농작물 생산단계, 농자재 폐기단계별로 발생된 온실가스 총량을 단위면적당 농작물 생산량으로 나누면 농산물 1kg생산에서 발생된 탄소성적을 산정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2년 농자재 종류와 농산물에 대한 표준 탄소성적도 제시해 정책시행의 기반을 구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청인이 농축산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서를 교부 받을 수 있다. 이 인증제도 시행으로 저탄소 농축산물 생산자는 시장과 농촌관광, 체험학습 사업에도 널리 홍보 활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일정한 포인트 적립의 혜택이 있다.
 농작물 생산단계에서 발생되는 주요 온실가스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이다. 논에 벼를 재배하면 메탄이 주로 발생되는 반면, 밭에서 잡곡, 채소, 과수를 생산하면 주로 아산화질소가 발생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지구온난화계수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할 수 있어서, 작물 간, 생산요소 간 탄소성적을 비교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벼를 제외한 대부분 작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된 온실가스는 주로 비료사용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kg의 사과를 생산하는데 발생된 0.64kg의 이산화탄소 성적을 들여다보니, 사과생산에 투입된 퇴비 등 부산물 비료의 제조단계에서 43.6%, 요소 등 단일비료의 제조단계에서 1.3%, 복합비료의 제조단계에서 4.7%, 농약의 제조단계에서 6.3%, 화석연료의 제조단계에서 14.6%가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사과 재배단계에서는 화석연료 연소로 11.5%, 비료 사용으로 17.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마지막으로 비닐 등 농자재의 폐기과정에서 0.18%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사과 재배에 사용된 비료의 제조와 사용에서 전체 탄소 발생량의 67.3%나 됐으며, 연료의 제조와 사용에서도 26.1%가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사과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비료와 연료의 최소 사용과 더불어 농작물의 생산량 증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자재 사용과 농작물 생산 간에는 수확체감법칙이 있다. 농작물 생산에 적정 수준 이상의 비료를 사용하면 농작물은 웃자라고, 흙은 염류장해를 입어 오히려 소출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농업경영 효율화나 저탄소 농산물 생산이론에도 잘 적용된다. 이런 법칙들을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흙토람에서 133개 작물에 대한 비료사용처방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올해에도 우리는 극심한 가뭄과 폭우피해와 같은 심한 기후재해를 겪었다. 기후재해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농업인들은 에너지 절약과 비료사용처방서를 잘 실천하고, 국민들은 이런 농산물을 애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저탄소 사회는 생활 속의 지혜를 발휘하는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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