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이 9월 개최할 ‘아시아현대미술전’ 작품 배열이 관장 임기 만료 후 일부 바뀐 것과 관련, 전 관장이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은 기획자인 자신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은 도립미술관 전시는 개인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학예사들이 협의하고 결정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장 전 관장이 29일 발표한 ‘전북도립미술관을 떠나면서 학예실의 만행을 고발합니다’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주제로 열리는 제3회 아시아현대미술전은 내가 직접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 방향을 만들고 도록 제작, 공간 구성, 기자 간담회, 작품 배열까지 챙겼다. 26일 디피하고 27일 임기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데 28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내가 돌아서자마자 이미 정해진 디스플레이를 마음대로 뒤바꿔 1/3 정도의 작품들이 대거 이동하고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라며 “기획 취지는 실종되고 콘셉트는 사라졌다. 이런 일들이 기획자인 나에게 한 마디 의논이나 통보 없이 진행됐으며 참여작가를 통해 전해 들었다. 기획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어디에서건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학예실 관계자는 “민간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 기획자 전시가 아니지 않나. 관장님 임기는 끝났지만 전시과정은 진행 중이고 부족하거나 바꿀 부분이 있다면 학예실이 나서야 한다. 잘 되든 못 되든 책임은 우리가 진다”고 답했다.

이어 “완성도 있는 전시와 공공미술관에 걸맞은 수위를 고려해 결정했을 뿐 전 관장을 비난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전 관장과 상의하지 않은 건 임기가 끝났기 때문이고 지난 3년간의 경험도 한 몫 했다. 의견을 제시하면 항명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양측은 디스플레이가 달라진 결정적 원인인 ‘표현의 수위’에서 엇갈렸다. 장 전 관장은 “폭력적이거나 노출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이미 구분 지었고 그 외는 청소년들이 봐도 무방하다”고 했고, 학예실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일부를 전 관장이 구분한 것과 엮어 ‘19금 부스’로 지정했다”고 맞섰다.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 미술계도 목소리를 냈다. 일단 총 책임자와 디스플레이 변경에 대해 나누지 않은 건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상당 수 미술인들은 “이번 전시까지 책임자는 전 관장이다. 작은 부분에도 의도한 바가 있을 텐데 이를 말 한마디 없이 바꾼 건 도의적으로나 원칙적으로나 옳지 않다”면서 “학예실이 27일 바로 디스플레이를 바꿨다면 애초에 원하는 바가 있었다는 건데 그렇다면 관장이 자리에 있을 때 싸우든 어쨌든 건의하고 최종 수위를 정해야 했다. 디피를 바꾸기 직전에 말이라도 해줬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표현수위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가. 지극히 주관적이다. 누군가의 예술이 누군가의 외설일 수 있으며 같은 시기에 대해 누군가는 성적인 부분을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누군가는 경계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이 또한 기획자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전 관장이 지도자로서 대처능력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 전 관장은 “지금의 학예사들은 전시 기획능력도 없고 국제전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다. 일을 시키지만 포인트는 내가 할 수 밖에 없다. 믿고 맡길 수가 없다”고 전했다.

상당 수 미술 관계자들은 “지난 3년 간 미술관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불통과 독단이 계속되는 와중에 학예실에서 뭘 할 수 있고 뭘 말할 수 있었겠나. 오죽하면 나간 뒤에야 손댔겠나”라며 “화는 나겠지만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자신과 함께했던 직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전 관장의 모습도 씁쓸하다. 학예실 전시기획력이 부족하다 생각했다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와 도움을 주는 것 또한 리더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신임관장 체제에 대한 기대와 조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수장이 없어도 가능한 실무체계를 갖추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복수의 지역 인사들은 “관장이 전시 면면을 관리해서 생긴 문제인 만큼 각자 본분대로 하면 된다. 관장은 각계각층과 교류하면서 예산, 방향 등 큰 틀을 마련해주고 학예실은 실무를 맡는 거다. 그래야 계약직인 관장이 바뀌었을 때도 일관성 있게 조직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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