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는데 죽으란 거냐. 우린 뭐로 먹고 살란 말이냐.”

전주 남부시장에서 30여년 세월을 보낸 한 노파는 눈물을 훔치며 한탄했다. 자신이 장사를 해오던 구역에서 행정의 강도 높은 집행으로 쫓겨난 이유에서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30여년 길바닥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은 이례적이고 강력한 전주시의 행정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행정대집행이 예고됐던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30분 전주시 동완산동 남부시장 매곡교에 1톤 트럭 3대와 집게차 1대, 경찰 차량 2대가 들어섰다. 전주시는 앞서 매곡교 인근 노점상 8개소를 대상으로 계고장과 시정요구를 발부한 바 있다.

대집행 대상 8개소 가운데 6개소는 자진 철거해 상황을 모면했지만 그렇지 못한 70대 노파 2명은 별다른 저항조차 못한 채 모든 과정을 바라봐야 했다. 자식들은 생계를 찾아 떠난 상황에서 이들은 자진 철거할 여력이 없었음을 호소했다.

10여년 동안 매곡교에서 노점상을 한 안모(74) 노파는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공무원들이 나와 철거하는 일은 처음이다”면서 “새벽 3시에 나와 오후 6시까지 하루 꼬박 2만원이나 버는 노인들을 상대로 너무한 처사다. 갈 곳도 먹고 살 방법도 없어 내일도 노점상에 나서겠다”며 옷깃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시민 보행권 확보와 쾌적한 거리환경 조성’을 위한 행정대집행이 20여분 만에 마치고 해당 구역이 드러났지만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구역에 불법 주정차량이 노점상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부 노점상은 생계형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형평성 탓에 일괄 집행 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구역은 교통체증과 악취 등 그동안 문제가 지적돼왔다. 오전 4시부터 10시까지의 상업 행위는 허용되지만 나머지 시간은 그렇지 않다. 불법 행위인 만큼 강력 단속과 행정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대집행은 행정관청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시설 및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대신 집행한 뒤 그에 따른 비용을 법적 의무자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다. 관련법은 해당 제도가 불법을 방치할 때 공익을 심하게 해할 것으로 인정되지만 그 이행을 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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