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형제 회계사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형제는 남원중앙새마을금고 배종선 이사장의 3남1녀 중 장남과 차남으로, 형인 형한 군에 이어 올해 동생 용한 군이 제52회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형제가 나란히 회계사의 길을 걷게 됐다.

형한 군은 남원용성중학교와 남원고등학교, 경희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15년 제50회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고 있다.

용한 군은 남원중학교와 전남외국어고등학고,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올해 제52회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용한 군도 형의 뒤를 따라 삼일회계법인에 입사, 형제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형제가 회계사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중문학을 전공한 형한 군은 2009년에 중국 무한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신HSK 6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는 어학연수 도중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회계사가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IQ 148 이상인 사람들로 구성된 멘사(mensa) 회원이기도 한 형한군은 2011년부터 공부를 시작해 1차 시험에는 쉽게 합격했으나 이후 2차 시험, 유예시험에서 불합격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면 아니함만 못하지 않느냐”는 아버지의 격려를 등에 업고 지난 2015년 제50회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차남 용한 군도 중국어와 인연이 있다.

용한 군은 전남외국어고에서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그는 수능에서 중앙대 법대와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했으나 성에 차지 않아 재수를 결정했고, 이듬해에 고려대 행정학과에 2004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영어에 집중해 토익점수 960점을 받았고, 카투사(KTA 10-09기)에 지원해 미2사단에서 ‘베스트 카투사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 1월 회계사 공부를 시작해 첫 번째 도전한 시험에서 탈락하고 올해 두 번째 도전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형제를 묵묵히 뒷바라지하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조언해준 아버지 배종선 이사장은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신문배달에 농사일을 전전하던 배 이사장은 20대 때 보따리장사를 시작해 삼베와 모시로 전국적인 대상(大商)이 됐다. 1991년 3월에는 중국어 한마디도 모르면서 중국에 진출해 사천성에서 직원 400여명이 근무하는 공장을 운영했다. 손짓발짓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무역 공부를 하면서 연간 300만 달러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1997년 IMF 이후 사업을 정리한 그는 2002년도에 남원시의원에 당선됐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해 5대 남원시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2010년 남원시장 경선에서 낙마하면서 정치의 꿈을 접고 2012년 9월에 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취임하는 등 포기하지 않는 오뚝이 인생을 살았다.

배 이사장은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동안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면서 “주변에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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