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오 전북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몇 년 전에 지하철을 타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필자가 타고 있던 지하철 한 칸이 온전히 어느 병원의 양악수술 광고였던 것이다.
수술 전후는 거의 탤런트 수준으로 변화된 얼굴 모습이기도 하였고 미용적인 내용이 많이 강조된 광고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필자의 생각은 과연 이러한 거대 과장 광고가 가능한 건가?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양악수술이란 턱교정 수술(악교정 수술)의 한 가지 방법으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위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분리하여 미리 계획된 위치로 이동시키는 수술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과거부터 널리 쓰였던 용어는 아니며 미용목적으로 턱교정 수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명칭이 쓰이게 되면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 최근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턱교정 수술을 통칭하여 양악수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턱교정 수술이란 정의를 전문적인 용어로 간단히 설명하면 “구강악안면기형을 수술로 치료하여 개선해 주는 것” 또는 “비정상적인 기형 상태의 구강악안면계를 수술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시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들 용어는 모두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강악안면기형(口腔顎顔面奇形)을 풀이하면 구강(口腔)은 입을 의미하고 악(顎)은 턱을 의미하고 안면(顔面)은 얼굴을 의미한다. 간단히 하면 “얼굴기형” 또는 “안면기형”이라고만 해도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굳이 왜 이렇게 중복되는 복잡한 용어를 선택했을까? 
얼굴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악골(턱뼈)이고 이는 윗턱과 아래턱으로 구분되며 이들이 모두 치아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저작(씹는)기능”이라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들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대략 50여 년 전에 한자어에 익숙하던 시절에 만들어지기도 했거니와 거기에 턱과 씹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들 용어들이 현대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용어인 것이다. 사실 필자도 과거에는 한글로 표기하는 것보다 영문이 더 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일반의사나 약사 등 의료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일반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는 양악수술이란 말이 유행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턱교정 수술을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악골이 비정상적으로 성장 변형되면 치아의 위치와 배열이 바뀌어 윗니와 아랫니가 비정상적으로 맞물리거나 아예 맞물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것을 부정교합(malocclusion)이라고 하고 이로 인해 심미적인 부조화부터 시작하여 씹는 기능의 저하, 턱관절 이상, 만성소화불량, 두통, 목통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종합해볼 때 구강악안면기형을 수술 치료하는 목표는 정해지게 된다.
즉 1차적인 목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씹는 기능의 회복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얼굴의 외모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에 연예인들의 양악수술, 대중매체를 통한 넘쳐나는 광고나 정보들은 기능적인 부분보다 얼굴의 외모에 훨씬 더 집중한다.  이렇게 외모의 개선이 강조되는 것은 추측하건데 턱교정 수술이 현저한 외모개선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턱교정 수술을 하면서 미용목적의 수술인 턱끝수술, 사각턱수술, 광대뼈수술 등의 추가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외과적인 발전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씹는 기능을 포기하고 예쁜 얼굴만을 위한 수술을 한다면 그 환자는 어찌 될까? 사실 예쁜 얼굴을 추구하는 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기도 하다. 또한  요즘 시대 사람들이 내적 가치보다 외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저작기능을 희생하면서 까지 외모를 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아름다운 얼굴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동적인 요소이다. 즉 얼굴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희로애락이 표정으로 표현되는 매우 동적인 것이다. 이 표정은 획일적인 수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웃는 모습이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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