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고 스치는 바람에 서늘함이 느껴지면 생각나는 게 책이다. 더운 여름 산과 바다로 내달리다가 선선한 날씨에 차분해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왔던 책을 집어 들게 되는 것이다. 풀벌레 소리 요란한 밤 불을 밝히고 몇 권의 책에 빠지다 보면 저절로 풍성한 가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책을 읽는 일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심신 수양과 교양을 넓힌다는 본래의 목적 외에도 세상을 사는 기술을 습득하고 거기에 따르는 재미 나아가 법열을 맛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독서의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동서고금 독서 예찬은 끊일 사이가 없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자라면 모름지기 수레 다섯에 실을 만큼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권의 책을 독파하면 귀신처럼 붓을 놀릴 수 있다며 독서의 혜택을 강조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도 동양의 격언으로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서양에서도 독서 예찬은 이어진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며 책 읽기를 권했고 로마 현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로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인 워스워드는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라고 갈파했다. 시드니 스미스 역시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전국서 독서 문화 행사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전주 경기전과 한옥마을 일원에서는 1일부터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 최대 책과 독서 문화축제인 이 행사는 240여개의 단체가 참여해 288개의 크고 작은 행사와 공연을 벌인다.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을 주제로 열리는 행사들인데 고은 시인과 소설가 성석제 등 많은 유명 문인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또 ‘책나라 군포 독서대전’, 국민 참여 누리 소통망 이벤트 등 전국서 많은 독서 관련 행사들이 개최된다.
  독서의 중요성은 활자 매체가 발명된 이후 오랫동안 강조된 바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본능은 독서와 거리가 있다. 그래서 책 읽기는 늘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영상시대를 맞아 TV와 컴퓨터, 스마트 폰 등 매체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책 읽는 재미가 그런 채널들을 능가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아는 것만이 독서 문화 정착의 첩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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