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흐르는 대로 읽고 공감하면 그뿐’인 시집이 나왔다.
  박성우 시인의 신작 시집 <웃는 연습>이 출간되었다. ‘새로운 언어의 발견’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2011)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는 누가 읽어도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함이 배어 있고 어떤 생명력이 몸 안에서 꿈틀거린다. 그의 시는 굳이 해명하거나 분석할 필요가 없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도처에서 반짝거리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어떤 삶과 어떤 사연과 어떤 침묵”들이 고요 속으로 스며드는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문신, 해설)이 고스란히 한편의 시가 되는 진경을 펼쳐보인다.
  고향 마을에 들어 내가 뛰어다니던 논두렁을 바라보니 논두렁 물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사내의 몸에서 나온 소년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갔다 뛰어가던 소년이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논두렁 멀리 멀어져간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내는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논 거울’ 전문)
  시인은 “박새가 이팝나무 아래 우체통에 둥지를 틀”(‘백일홍’)고 “조팝꽃무늬가 새겨진 강물 두어필”(‘조팝꽃무늬 천’)이 흐르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농촌의 순박한 정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하냥 웃고만 살다 가기에도 아쉬운 게 삶”(‘석구상(石拘像)’)이라며 위로를 건넨다.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또 하루’ 전문)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시인은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자두나무 정류장’과 ‘이팝나무 우체국’이 있는 외딴 강마을에서 ‘그냥저냥’ ‘심심하게’ 살아간다. 삶의 기척에 귀 기울이며 “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둥글둥글 살아”(‘나이’)가는 그의 시를 읽다보면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착해빠진 시인이 있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 뒤표지 글)이라는 안도현 시인의 말이 꼭 들어맞는다. 천생 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더없이 순정한 마음으로 “여전히 새로운 시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를 “시인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박준, 추천사)
  박성우는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