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강소농'은 기존의 농업 뿐만 아니라 가공, 디자인, 마케팅, IT, 수출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을 결합해 융복합 창업을 선도한다. 때문에 '강소농'은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땅콩의 재발견

땅콩이 새싹을 틔우게 되면 땅콩에 비해 칼로리가 1/7, 지방은 1/13로 줄게 된다.
대신 땅콩새싹나물 1g에는 포도주 1잔에 해당하는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돼 항암·항산화 효과가 증가하고, 콩나물의 8배에 해당하는 아스파라긴산이 생성돼 숙취에 도움을 주며, 홍삼의 6배에 달하는 사포닌이 뿌리에 분포해 면역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브로콜리의 6배에 달하는 엽산은 태아 뇌 발달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심혈관 질환에 좋은 올레산이나 항암, 항염증에 효과있는 루테올린, 골다공증 개선과 예방에 좋은 소야사포닌 등 땅콩이 새싹으로 변하면서 얻는 효능은 매우 크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땅콩 종자에 포함된 소량의 소야사포닌이 새싹땅콩에서는 30배 이상 증가하고, 이러한 소야사포닌이 골다공증 개선 및 예방에 효과가 있는 사실을 최초로 알아냈다.
실제 새싹땅콩 추출물을 동물세포실험으로 검정한 결과, 뼈 파괴는 약 3.5배 억제하고, 뼈 형성은 약 6.1배 촉진하는 이중 효능을 보였다.
특히, 새싹땅콩 추출물 중 뼈 생성세포의 촉진 활성은 소야사포닌 농도가 높을수록 크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는데, 국내산 '신팔광' 품종을 싹을 틔워 7~10일 후 길이가 약 15cm 정도였을때 소야사포닌 함량이 가장 높았다.
농진청은 새싹땅콩에서 추출한 소야사포닌의 효능과 제조법을 특허출원하고, 농진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은 2016년 고창군과 영농조합법인 '고창이엠푸드'에 이를 기술이전했다.
농진청은 향후 새싹땅콩의 재배법과 성분추출법을 표준화하고, 건강기능성 식품 소재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새싹땅콩의 활용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창 '이엠푸드'

고창 '이엠푸드'(EM food) 이경수 대표(59)는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30년 전 고향 고창으로 귀농한 농부의 아들이다.
'EM food'란 '유용미생물을 활용한 먹을거리'란 뜻으로, EM 농법은 '무' 등과 뱀장어·한우·양돈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경수 대표는 수박, 벼농사 등과 함께 고창에서 동물 약품을 유통하며 미생물을 알게 됐다.
EM 농법의 선구자인 일본 류쿠대 명예교수 히가 데루오 박사의 EM 농법을 알게 된 이경수 대표는 미생물을 활용한 새싹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에 2009년부터 땅콩 새싹 재배에 나섰고, 약 8,250㎡(2,500평) 규모의 유기농 땅콩 농사와 1,650㎡(500평) 규모의 생산·가공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선구적으로 땅콩 새싹을 연구해야 했기에 자료가 부족했던 이경수 대표는 크게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농진청으로부터 새싹재배기술 및 소야사포닌 추출 등 기술이전을 받으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에는 6차산업 농가 및 마을기업에 선정됐고, KTX익산역 특산물코너, 농협하나로 6차산업 코너, 전북도청 6차산업 코너, 전북혁신도시 로컬푸드점 등에 입점하면서 약 1억원 가량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연구 개발을 지속해 온 이경수 대표의 열정이 꽃을 피운 것인데, 이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은 물론, 자신의 농장을 EM 농법 교육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고창군 농기센터의 조력

사실 고창 '이엠푸드'(EM food)가 성장 단계에 들어서기까지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 노력도 큰 영향을 줬다.
고창군 땅콩은 1987~1988년까지 3,500~3,800ha 규모로 재배됐고, 이는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다 1990년대 초 수입 개방 영향으로 소득이 줄자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 2017년 현재 약 390ha만 재배되고 있다.
이에 고창 농가들이 농진청에 '땅콩 명품화'를 의뢰하게 됐고, 농진청으로부터 지역농업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고창땅콩 명품화 및 가공제품 개발 상품화 사업'에 선정되기에 이른다.
농진청은 성분과 효능 입증 연구에 성공했고, 200명 학생을 대상으로 '명품땅콩아카데미반'을 1년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량종자를 대량 보급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교육하며, 수확 기계화 지원 계획에 따라 55종의 기구 및 장비 구입을 완료시켰다.
농진청 및 고창군 농기센터는 1,000㎡(약 300평)당 41만2,000원이던 매출을 90만원으로 향상시킬 목표를 세웠다.
이는 생산성 향상 및 경영비 절감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다.
여기에 땅콩 새싹이 특화상품으로 거듭난다면 관련 농가들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에 땅콩 새싹나물, 추출액, 새싹 건채 뿐만 아니라 추출액을 간장, 된장, 음료, 장아찌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땅콩 오일과 화장품 에센스 원료로 사용하자는 문의도 이어졌다.
땅콩 새싹은 5~6일령일 때 맛과 식감이 좋고, 효능은 11~13일령일 때 최고로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뿌리에는 사포닌 맛이 강하게 있어 튀김 및 나물 등 치유음식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다만, 땅콩 발아율을 높이는데 드는 생산비가 많아 대량생산의 주요 과제로 남겨져 있다.
원료땅콩의 기계화 껍질제거는 가능하지만, 순 부분이 상처를 받아 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또한 발아판에 썩은 배아 1~2개만 나타나도 모두가 썩어 버리는 바람에 손으로 원료땅콩을 고르는 게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술적 애로와 시행착오가 많아질수록 해결되고 쌓이는 노하우도 많아져 대량생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고창군 농기센터는 전망하고 있다.

◆이누리

이누리씨(28)는 이경수 대표의 막내딸이다.
이누리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과를 졸업하고 심화과정을 거쳤으며, 농진청에서도 4년간 토양분석 일을 하는 등 농업후계자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이누리씨는 "처음엔 삽질도 할 줄 몰랐는데, 재미가 있었다"면서 "'여자라서 농사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0살 여자도 농사를 할 줄 안다'는 마음으로 다가선 결과"라고 회상했다.
또 이누리씨는 "생산품을 실제 식생활에 접목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젊은 감각을 이 부분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면서 "농장에서는 유통을 주로 담당하고, 땅콩 아이스크림, 막걸리, 포장 혁신 등과 함께 땅콩 전문점 운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상품 이미지가 미래에는 더 큰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믿음이다.
현재 이누리씨는 땅콩 새싹 제품의 입점 및 홍보, 가공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이누리씨는 "농사가 생각했던 것 만큼 재미있다"며 "아빠와 주위 농가분들과 세대차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

이경수 대표는 사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경수 대표는 영농조합법인 62명 회원 농가에 3통, 3무, 3인을 항상 강조한다.
EM 유황농법의 완성을 위해 종자, 농법, 품질이 통일돼야 하며, 힐링식품인 만큼 농약, 제초제, 비료가 없어야 하고, 고창군, 생산자,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땅콩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회원농가 100% 기계화를 목표로 트랙터, 경운기, 세렉스트럭, 관리기 등을 구입한 상태다.
대신 피땅콩 31kg을 농협이 11~12만원에 수매하는 것과 비교해 회원농가를 대상으로는 15만원에 수매하는 규칙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품종 및 EM 유황농법의 통일을 위해서다.
부산, 대구 등 풋땅콩을 쪄먹는 시장을 개척하면 이는 지킬 수 있는 수매금액이다.
재배법의 지속적인 연구 및 농민 교육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킬수'(액기스), 과립 등 땅콩 새싹 관련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으로 이경수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조미료 시장, 기능성 된장, 땅콩새싹 꽃, 된장과립 등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농진청에서는 제품 수출까지 논의해 주고 있다.
아울러 4년 전 말기암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 중인 부인도 효능을 보고 있는 만큼, 이경수 대표의 땅콩 새싹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이 모든게 이뤄지면 참여 농가 모두 수익구조가 완성되고, 추가로 농민들이 정착할 수 있다는 게 이경수 대표의 판단이다.
이경수 대표는 "회원농가 모두 유기농이 완성되면 고수익 구조 역시 완성되고, 고창이 땅콩 생산의 주산지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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