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년 전 남원 운봉고원에서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운봉가야가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8일 남원시 아영면 일대의 운봉가야 고분군을 방문해 역사적 중요성을 확인했다. 김 청장의 방문으로 그동안 영남지역 가야문화권에 비해 열악했던 남원지역 가야 관련 유적의 조사 및 연구,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청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포함됨에 따라 남원시의 가야문화를 대표하는 ‘유곡리 및 두락리 고분군’, ‘월산리 고분군’ 등에 대한 보존실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김 청장이 방문한 아영면 일대 가야 고분군은 남원을 지역적 기반으로 발전했던 가야세력의 지배자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는 곳이다. 현재 발견된 고분만 해도 유곡리 및 두락리 40여기와 월산리 10여기 등 50여기에 이른다. 이 중 월산리 고분군은 88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현재 2기만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월산리 M5호분에서는 백제왕의 주요 하사품으로 알려진 최상급 위세품 청자 계수호, 신라 천마총과 황남대총 출토품과 흡사한 철제초두, 금제 귀걸이, 갑옷과 투구, 경갑, 기꽂이 등 다양한 가야계 위신재가 출토됐다. 또 지난 2013년 발굴한 두락리 32호분에서는 공주 백제 무녕왕릉 출토품과 흡사한 청동거울(수대경), 금동신발 등의 최고급 위세품을 포함한 2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여기서 출토된 금동신발과 청자 계수호, 청동거울, 철제초두는 국내 가야세력권에서 최초로 출토된 것으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남원시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돼 있는 유곡리 및 두락리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등재 신청하는 한편, 2020년을 목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분군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수립 사업을 군산대학교박물관(관장 곽장근)에 발주하고, 유곡리 및 두락리 고분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조사, 향후 활용방안 등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유곡리 및 두락리 고분군은 삼국시대 가야와 백제, 신라의 역학관계를 밝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면서 “중장기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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