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 손을 잡고 걷던 어느 날, 전주한지공예대전 공모 포스터에 눈길이 꽂힌 윤소희는 젊은 날의 꿈을 되살렸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던 미술학도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한지공예작가로 제2의 인생을 출발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눈은 더 침침해지고 손끝은 무뎌졌다는 윤소희.
  종이를 만진지 20년 만에 윤소희가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 ‘윤소희 색지공예-첫번째 이야기’를 펼쳤다.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개인전 주제는 자신이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생활가구와 소품이 어우러진 사랑방.
  한지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책장과 반닫이장은 자신이 현재 사용하는 가구다. 우리나라의 거의 유일한 벽 가구인 고비와 책을 올려놓은 용도로 사용하는 경상, 벼루와 먹을 보관하는 연갑, 삿갓을 보관하는 갓집 등 사랑방 물건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모셔졌다.
  또한 전주세계서예비엔날레에 참가했던 이병남 선생과 조인화 선생의 글씨를 시문하여 장식한 한지등도 눈길을 끈다. 특히 글씨를 한지에 서각해 붙이는 작업은 문양 작업과 달리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로 작가의 매서운 손 끝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완성한 실첩과 색실함은 전통의 복원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제가 제작한 실첩과 색실함은 일반사람들은 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든 선조들의 작품입니다. 다행히 김혜미자 선생님께서 전국 유명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희귀한 전통 실첩과 색실함을 보시고 저에게 가르쳐주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선조들의 한지공예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지공예작가로 당당하게 이름을 떨쳤던 2007년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작인 ‘의걸이장’도 전시장 한켠에서 10년 후의 작품과 함께 했다.
  김혜미자 색지장(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은 그를 가르켜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잘하려고 아등바등거리고, 사소한 지적에도 마음을 다해 고쳐나가고, 거기에 딸보다도 살갑게 대하는 제자”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윤소희는 “며칠씩 정성을 들였지만 내 작업에 실망을 하고, 그러다 선생님 칭찬 한마디에 다시 기운을 내다보니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이사할 때마다 버릴까 망설이게 하던 한지는 이제 와서는 나를 지탱하는 작품으로 내 곁에서 고운자태를 뽐내고 있다”며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원광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했다. 전국한지공예대전, 전라북도 미술대전 등 많은 공모전에 입상했고 수십 여회의 국내외 전시에 참가했다. 제3회 전국안동한지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전주한지문화축제 집행위원, 전주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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